6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자 정재성 시집 ‘하늘의 황금밭’
6회 지용신인문학상에 시 ‘만춘’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한 정재성(63·사진·청주시 상당구 외하동·☏016-420-2129)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하늘의 황금밭’이 출간됐다. 시집에는 모두 77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정 시인의 시는 자연을 닮았다. 자연을 소재로 한 시가 유독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시어, 시구 하나하나 억지로 꿰어 맞추지 않아 술술 읽힌다. 그러곤 마음에 닿아 갈증 날 때 마시는 물 한 모금처럼 달달하게 소화된다.
그래서 장 시인의 시는 머리 좋은 시인들이 독자와 숨바꼭질 하듯 내놓은 어려운 시들과는 다르다.
그는 여느 시인들과는 좀 다른 이력을 가졌다. 수학선생님으로 34년간 일했다는 점이다. 시를 쓰는 일 자체가 감성에 충실해야 한다면 수학은 지극히 이성적인 학문이다.
이성적인 학문을 하는 그가 감성의 노동인 시를 만나는 건 삶의 유일한 돌파구였다.
어려운 일에 봉착했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그것을 잊기 위해 산에 오르거나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그는 시를 읽기 시작했다. 수학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나 삶이 힘겨울 때 ‘시집’은 그의 유일한 친구였고 마음의 위안이었다. 그렇게 해서 읽은 책이 수백 권, 덕분에 그에게서 시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동양일보가 주최하는 지용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쓰기 시작했지만 학교에서는 쓸 수가 없었어요. 수학 가르치는 일에 충실해야 했기 때문이죠.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해 두었다가 방학을 이용해 쓰기에 매진했습니다. 저에게 시란 자연을 통해 세상과, 인간과 만나는 통로였습니다.”
‘하늘의 밭은 노다지 황금밭이라네/자루자루 가득 채워 화물로 부칠 수 없다네/곳간도 마련할 필요가 없다네//그날그날 맨몸뚱이에 수건 한 장 달랑 걸쳐 쓰고/단무지 밭에서 가을날 일수를 찍듯/빈 가슴으로 들어서야한다네//랄라랄라 즐겁게 노래 부르면/흘리는 땀과 눈물은 푸른 청옥/달콤한 휴식은 에메랄드/새참은 구유통 속 붉은 빛 감도는 자수정/하늘의 밭은 온통 번쩍이는 황금밭이라네//돌아올 때 수당은 없다네/빈 가슴 가득가득 채우면 족하다네/몰래 손안에 쥐고 지상에 닿으면/다 녹은 아이스크림, 물이 된다네//랄라랄라 굽어보면 세상도 곱게 물든 황금밭’(표제시 ‘하늘의 황금밭’ 전문)
김재국 문학평론가는 “장 시인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닌 생태주의자이며 휴머니스트로 그의 시편들은 우리가 생각 없이 지나치는 일상적 자연의 모습을 질료로 삼고 있다”며 “산, 물, 나무, 꽃, 하늘, 구름, 풀 등을 시적으로 형상화시키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고 평했다.
장 시인은 “나의 시는 자연을 기반으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시가 된 것”이라며 “지난 세월이 수학 교사로의 삶에 충실했다면 퇴직과 함께 출간한 이 시집과 함께 앞으로는 좋은 시 쓰는 시인의 이름으로 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50년 괴산출신으로 세광고와 충북대 수학교육과 졸업 후 세광중·고에서 수학교사로 34년간 일했다. 2000년 6회 지용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첫 번째 시집 ‘여름밤의 삽화’가 있다. 이 책은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중고등학생을 위한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민예원, 119쪽, 8500원.
<김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