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리더십전형 지원… 교사 추천서로 합격
네티즌 폭발 … “관련 교사 문책 등 재발방지 마련해야”

고등학생 때 지적 장애인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이 올해 성균관대에 입학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이 학생은 성폭행 연루 사실을 숨기고 오히려 ‘봉사활동’ 경력을 강조해 합격한 것으로 확인돼 ‘성폭행범 처벌 과정’과 함께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10면

19일 성균관대와 교육 당국 등에 따르면 성균관대 1학년 ㄱ씨는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리더십전형’ 에 지원해 합격했다. 자기 소개서와 교사 추천서에 기재된 왕성한 봉사활동 경력을 인정받았다.

ㄱ씨는 지난 2010년 일어난 대전 고교생 10여명의 지적 장애인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연루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내용을 입학 지원 서류에는 밝히지 않았다. ㄱ씨는 사건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법원의 보호처분을 받았다.

성폭행 가담자가 ‘봉사왕’으로 탈바꿈해 명문대에 입학한 셈이다. 더구나 ㄱ씨는 수험생의 성적이 아닌 인성·역량 등을 평가해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해 충격을 더했다.

성균관대는 ㄱ씨의 행각을 전혀 몰랐으나 그의 입학 사실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이와 관련한 제보가 들어오며 조사에 착수했다.

◇‘성폭행범 처벌 과정’

ㄱ씨는 지난 2010년 5월 대전에서 다른 남학생 15명과 함께 정신지체 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법원으로부터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시민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이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원이 지적장애여성 성폭행 고교생 16명에게 보호처분을 내린 것은 ‘장애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며 “법원이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는커녕 솜방망이 처벌로 가해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내줬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지난해 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 처분을 성폭력 사건 수사와 재판의 대표적인 걸림돌 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사건의 처리 과정도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경찰은 당시 이들 16명에 대해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법률상 합의가 이뤄진 뒤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고소 취하서가 제출됐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 구속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일반 시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이 같은 결정에 시민단체는 검·경을 성토하는 비판 성명을 연일 쏟아냈다.

대전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는 수백 건의 항의 글로 몸살을 앓기도 했으며 이후 비난의 화살은 법원으로 향했다.

대전지법은 이들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검찰의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 형사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소년이고, 그들의 부모가 성폭력 상담 교육을 받고, 사회봉사활동을 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인정된다”며 이들을 가정지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이어 가정지원은 이들이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처분 명령을 수능 뒤로 미루며 시민 단체 반발의 정점을 찍었다.

◇성폭행 학생‘봉사왕’

대전 지적장애여성 성폭력사건 처벌촉구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지적장애인 집단 성폭행 사건이 법원의 보호처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더니 결국 어이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가해학생들이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연기한 것도 모자라, 가해학생 중 한 명이 명문대에 합격하는 등 막장을 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해당 학생은 교사의 추천을 받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했는데 추천 내용이 다수의 봉사활동 경력”이라면서 “성폭력 가해자가 교사 손에 의해 순식간에 ‘봉사왕’으로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관련 교사와 책임자를 문책하는 한편 장애 인권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키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20일 오전 대전 ㄱ고 앞에서 이번 파문과 관련해 학교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대전/정래수>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