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인근 주민 차량 종일 점령… ‘당초 취지 어긋나’
주차료 할인 등 상인회 이용제한 방안 논의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재래시장 주차장이 정작 고객이 아닌 상인이나 인근 주민들에게 점거돼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청주시내 시장 상인들에게 주차장 마련은 ‘절대 명제’였다. 주차공간이 있으면 시 외곽 손님들도 찾아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 청주육거리시장 한 상인은 “요즘 누가 버스 타고 와 장 보나요? 차가 곧 손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써 마련한 주차공간이지만 고객들은 이용하기 힘들다. 이는 재래시장 공영주차장의 경우 시장 상인들에게는 무료 개방되거나 할인혜택이 주어지면서 상인이나 주변 주민들의 차량이 하루 종일 주차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 상인들의 차량이 주차장을 점령하다보니 정작 고객들의 차량은 그대로 돌아가는 일도 생긴다.

육거리시장 한 상인은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주차장을 덜 사용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이 하루 종일 차를 대 놓고 있어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청주시내 대부분의 재래시장에서 마찬가지다. 최근 청주시의 삼겹살거리 지정과 주차장을 재개장한 서문시장도 주차장 확보 이후 매출 증대에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 시장상인은 “우리가 주차하긴 좋지만 매출엔 별 영향을 못 준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도 “구석진 곳에 위치해 손님을 위한 주차장은 아닌 것 같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재래시장 주차장들의 경우 대부분 점포들 뒤에 위치, 눈에 잘 띄지 않아 손님들이 주차장의 존재사실 조차 모르는 일이 많다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짐이 많거나 무거운 짐을 가졌을 때 ‘카트’를 이용해 차 앞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대형마트에 비해 주차장까지 이동하기 힘든데다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길 가에 차를 대는 것도 주차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매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재래시장 주차장에 부정적인 시각만 존재하진 않는다. 서문시장 한 상인은 “전엔 상인들도 차 댈 대가 없었다”며 “고객들과 상인들의 편의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주차 공간 문제는 이제 ‘뜨거운 감자’다. 일부 상인회의 경우 상인들의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며, 또 물건을 사는 고객에 주차권을 나눠주는 안에 대해서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상인들은 고객 대상 주차료 할인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차료가 할인되면 좀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시장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매고객에게 주차권을 지급하며 홍보도 가능해 상인들 입장에서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충주나 제천 등지의 시장 상인들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공영주차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인들 모두 공감하지만, 무료 주차장이 있음에도 매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충주중앙시장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공영주차장의 무료 이용 시간을 정하고 있으나 이용객 대부분이 상인 차량이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인회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한 사람에게 하루 30분~1시간 정도만 무료 개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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