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자 수필가
요즈음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냉각되고 경색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日王)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이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제소 제의, 항일통화 스와프 규모 축소 등 초강수 도발 카드를 꺼내들고 나오는 상황이다.

일본은 우리의 독도뿐만 아니라 중국과는 센카쿠열도, 러시아와는 쿠릴열도 문제 등 동시다발적으로 영토분쟁을 끊이지 않고 벌이며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이 내 나라 내 땅인 독도를 방문한 것이 무슨 문제가 있으며,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과거사에 대하여 아직 제대로 사과를 받지 못한 우리가 사과를 요구한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생떼를 쓰는 판이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가까운 이웃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에 있는 사이라고 하지만 잘못된 과거사에 대하여는 사과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광복절 전날인 14일 청주에 거주하는 일본인 미야자키 사요코 씨를 비롯한 일본여성 40명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민들을 상대로 한·일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서명운동도 벌여 500여 명의 시민이 서명에 참여했다.

미야자키 사요코 씨는 1984년 한국으로 시집와 청주에 살고 있으며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다. 잘못된 과거를 알면서도 그동안 용기가 없었고, 일본인을 대표해 사죄하고 나니 홀가분하다고 했다.

일본 여성들이 사죄에 나선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힘겨운 삶을 살았지만 정작 일본은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를 하루바삐 해결하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 문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 자녀를 둔 미야자키는 “어머니의 나라인 일본이 한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사실을 알고 아이들의 상처가 컸을 것”이라며 “성장하는 동안 힘들었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고도 했다.

미야자키 씨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일본 교과서에는 위안부 문제가 간략하게만 언급돼 있어 일본 사람 대부분이 그런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물론 일본인 모두가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저지른 만행은 독일인들이 유태인을 학살하는 장면에 버금가는 잔인한 것이었다. 남자들은 징용이 되거나 공사에 투입되었고 여자들은 정신대로 징발되어 갔다. 또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뿐인가 전쟁 막판에 모아 놓고 학살까지 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 결의안 통과에 주역이었던 일본인 3세 마이클 혼다의원도 “일본 사람들은 과거사 문제를 너무 모른다. 이 사람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이들이 이슈를 알게 된다면 동정적으로 바뀔 것” 이라고 했다.

일본여성들의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반갑다. 같은 여성이라면 정신대 할머니들이 실상을 알고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일본정부의 시간만 끌고 있는 무성의한 태도는 우리를 얕잡아보는 태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미국의 클린턴 장관은 최근 미 국무부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한일(韓日) 과거사와 관련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라는 표현을 쓰자 그 말은 잘 못된 표현이며 “(일본에 의해 동원된)그들은 ‘강제적인 일본군 성 노예’ 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13살 어린나이에 가난이 죄인지라 돈을 벌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가 사지를 헤맸던 그들이 성노예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공식적으로 등록된 234명의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61명으로 줄었다. 80이 넘은 그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일본은 역사왜곡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피해자들이 어떻게 견디고 무엇을 겪었는지 알리고 국민들이 역사를 정확하게 알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가장 비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전쟁범죄인 위안부 문제해결에 미야자키 씨와 뜻을 같이하는 일본 여성들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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