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수 괴산지역담당 부장

 

 

얼마전 취재차 중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구려 유적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놀라운것은 유적을 관람하는 한국 관광객은 연간 평균 2만∼3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는 4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우리 고구려 역사를 갖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 등 돈을 받아가며 일종의 영업(?)을 하고 있는 중국의 행위에 그저 씁쓸한 마음만 들 뿐이다.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중국 쪽으로 향해 있는 백두산과 그 산을 끼고 있는 금강대협곡, 금강폭포, 고산화원과 주몽이 나라를 세운 오녀산성(졸본성) 등이다.

지난 6월 중국은 고구려 유적들을 만리장성 유적이라 주장하며 만리장성 길이를 기존보다 크게 늘려 발표했고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역까지 포함시켰다. 국가문물국이 2007년부터 진행한 고고학 조사 결과 역대 만리장성의 길이가 2만1196.18㎞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모두 4만3721개의 만리장성 유적지를 새로 발견했다고 했는데 현재 중국 북부의 전 지역에 만리장성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만리장성의 동쪽 끝은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허베이성 산하이관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2009년 랴오닝성 단둥의 고구려성 박작성이 만리장성의 일부로 확인됐다고 주장하며 ‘만리장성 동단 기점’이라는 대형 표지판을 박작성에 세우기도 했다.

이후에도 중국은 고구려의 발원지인 백두산 근처 지린성 퉁화현에서 진한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만리장성 유적이 발굴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중국이 새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만리장성 유적들이 기존 만리장성의 개념과 전혀 다른 고구려의 유적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행보는 결국 옛 고구려와 발해 지역을 비롯해 신장, 티베트 지역 등이 과거부터 중화민족 통치권에 속했다고 주장할 근거를 축적하는 차원의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동북공정으로 시작해 이제는 고구려 유적들을 만리장성의 일부라 말하는 것은 정말 파렴치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주며 고구려 유적과 유물을 보기 위해 중국 땅을 찾는 우리들도 이제는 중국에 숨어 있는 고구려 역사를 분명히 알고 짚어 나가야 할 것이다. 고구려 영토에 있을 수 없는 만리장성을 허구로 만들어내 주장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며 우리의 역사, 영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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