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 “상임위 절차 무시” 지적
정우택 의원 “절차상 문제점 지적은 비약”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차기 회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와 적십자사 간 대립 양상 등으로 충북적십자 신임 회장 인준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시종 충북지사가 선출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22일 지난 9일부터 2주 가까이 벌어진 충북적십자 차기 회장 선출 관련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첫 공식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는 도지사로서가 아닌 적십자사 정관에 따른 당연직 충북적십자 명예회장으로 차기 회장을 추천했다는 점과 상임위원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회장을 선출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이날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경선을 하려면 사전에 공고하고, 후보자를 접수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 뒤 표결을 해야 했는데, 이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적십자사가 지난 5월 차기회장을 추천해달라고 요청, 명예회장 자격으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 를 추천했다”며 “적십자사 정관에 명예회장이 회장을 추천토록 규정한 조항은 없지만, 해방이후 관례대로 그렇게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에 따라 적십자사 중앙회 총재가 사전인준까지 해줘 상임위원회 추대라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충북적십자 상임위가 그동안 진행됐던 추천(5월)과 사전인준(6월) 절차를 무시하고 돌연 경선을 해 잡음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선도 상임위가 열린 그날 결정됐으며, 미리 경선을 예상한 듯 투표함과 투표용지까지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상임위는 추천인사의 가·부만 결정하면 그만이었는데, 절차를 무시하고 표결을 함으로써 본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스스로 흩뜨린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경선을 위한 공고·후보등록·정견발표·투표 등의 적법한 룰도 지키지 않았다”며 “마을 이장선거에서도 이런 룰을 적용하며 매우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십자사 정관에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명시돼 있어 정치적으로 장난을 치는 집단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고 언급,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지사는 “적십자는 숭고한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한 봉사단체라고 생각했다”며 “정치적으로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사전정지작업’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만약 적십자측이 경선을 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면, 지사로서 창피하게 추천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관행대로 회장선출이 이뤄질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사전정지작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성영용 당선자의 인준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잘 정리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새누리당 정우택(전 충북지사) 의원은 “남 전 교수는 면접생이 시험을 안 본거나 마찬가지”라며 “절차상의 문제점 지적은 비약”이라고 쓴 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이날 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투표자체가 이뤄진 것을 보면 절차적 정당성은 갖췄다고 보는 게 옳다”며 “당적은 물론 당직까지 가졌던 인물이 적십자사 회장을 맡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사람 심기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며 “도가 리더십을 발휘해 사전정지작업을 통해 추천이 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적십자는 지난 9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명예회장(지사)이 추천한 인물을 회장으로 추대하던 관례를 깨고 돌연 경선을 실시, 성영용 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의장이 표결에서 10표를 얻어 5표를 얻은 남 전 교수를 누르고 당선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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