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관리 강화
연체율 증가… 상환독촉·부실채권 정리
대부업체 이용 서민, 같은기간 크게 늘어
대출 목적 절반 ‘생활비’… 경제난 심각

 

금융권이 경기 둔화와 주택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가계 대출 부실 심화를 우려,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서민층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민들은 고금리에도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대출이 용이한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83%로 지난해 말(0.67%)보다 0.16% 포인트 상승했다. 전달(0.97%)보다는 0.14% 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다섯 달 연속 상승했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6월 말 0.74%로 전달(0.86%)보다 0.12% 포인트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0.61%)보다는 여전히 높다.

이처럼 가계 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른 부실 우려가 높아지자 각 은행들이 6월 한달간 적극적으로 연체 채권 처리에 주력하는 등 연체율 낮추기에 부심하고 있다.

은행들은 원리금 상환이 밀린 가계에 상환을 독촉하고 부실 채권을 파는 방식 등으로 연체율 끌어내리기에 안간힘을 썼다.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39%에서 지난 3월 말 0.69%까지 치솟았다가, 6월 말에는 0.58%로 0.11% 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6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각각 0.48%와 0.83%로, 전 분기보다 소폭 줄었다.

보험업계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라 대출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권의 가계 대출 연체 관리 강화로 각 은행과 보험회사의 건전성은 나아졌지만, 돈이 필요한 서민 입장에서는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지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급하게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은행 대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대부업체나 무등록 대부업자들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말 현재 대부업체 신규 이용자 현황 조사 결과, △회사원 63.8% △자영업자 21.3% △학생·주부 5.8%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해 상반기보다 회사원은 4%포인트 정도 늘어난 것이며, 학생·주부는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정도 많아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대부분 생활비 충당을 위해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업체 신규 대출자의 대출 목적은 생활비 충당이 50.9%로 전체  대출의 절반을 넘었으며, 사업자금 조달은 17.1%에 불과했다.

또 시중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 상환을 위해 대출을 받은 경우도 14.9%에 이른다.

결국 모자란 생활비 충당을 위해 비싼 이자를 물어가며 대출을 받거나, 빚을 갚기 위해 더 비싼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게 이들의 현실인 셈이다.

이같은 서민들의 고충을 악용,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는 대부업체나 무등록 대부업자들이 판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금융감독원이 6월 18일부터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155건에 대해 44개 대부업체에 대상으로 이자율 인하·채무감면·불법중개수수료 반환 등의 조치로 모두 1억6900만원을 이용자들에게 돌려줬다.

이들 업체들은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39%를 초과한 대출금리를 받아 챙기거나, 대출 알선 명목으로 불법중개수수료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소액 위주로 돈을 빌려주는 무등록 대부업자들의 불법행위는 적발조차 쉽지 않아 피해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는 서민 가계 지원을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이 체감효과는 거의 없는 형식적 시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급히 목돈이 필요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했으나 연봉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신용도 하락과 비싼 이자에도 어쩔 수 없이 대출이 쉬운 대부업체를 아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층의 대출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가계 대출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기준에 충족하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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