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타점 22% 홀로 해결..2006·2007년 롯데 시절과 비슷

 본프로야구 진출 첫해 한국산 거포의 위엄을 떨친 이대호(30·오릭스 버펄로스)가 밑바닥에 처진 팀 순위에도 불구하고 ''해결사''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대호는 22일 니혼햄과의 경기에서 팀이 10-8로 쫓긴 7회 2사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려 팀의 6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까지 이대호는 퍼시픽리그 홈런 1위(20개), 타점 1위(74개), 장타율 1위(0.509), 타격 6위(타율 0.298), 득점권 타율 8위(0.325)를 달리며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오릭스가 42승9무57패에 그쳐 리그 최하위인 6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팀의 4번 타자인 이대호는 리그 홈런·타점 1위를 휩쓸고 있다.

특히 타점에서 이대호는 2위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를 15개 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 중이다.

역대 한국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일본에 진출한 선수 가운데 첫해에 이대호만큼 풍성한 기록을 남긴 선수도 없다.

또 현재 일본프로야구 양대리그를 통틀어 이대호에 필적할 만한 외국인 타자는 센트럴리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는 네덜란드 출신 호세 발렌티엔 정도다.

지난해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차지하고 야쿠르트에서 2년차를 맞은 발렌티엔은 리그 홈런 1위(26개), 타점 2위(63개)에 올라 있다.

이대호는 여러 걸림돌을 차례로 넘어서며 ''재팬 드림'' 실현을 향한 큰 발자국을 내디디고 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든든한 지원 속에 시즌 개막부터 줄곧 4번 타자를 맡은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의 집요한 볼 배합, 익숙하지 않은 생활환경, 한국 시절을 능가하는 원정 이동거리로 인한 체력 부담 등을 모두 이겨내고 일본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오릭스 타선이 이대호를 제외하고 상대를 위협할 만한 타자가 없는 사정을 고려하면 이대호의 진가는 더욱 빛난다.

오릭스는 공수 부조화로 팀 평균자책점(3.51)과 팀 타율(0.244)이 모두 리그 꼴찌다.

오릭스 타선의 이대호에 대한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팀이 기록한 전체 335타점 중 22%가 이대호의 손에서 나왔다.

중심 타자인 T 오카다(38개)와 아롬 발디리스(46개)의 타점을 합쳐야 이대호보다 10개 많은 수준이다.

팀 타선이 약하다 보니 이대호는 상대 배터리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지만 이를 극복하고 꾸준히 타점을 올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로 통했던 2006~2007년 롯데 시절과 비슷하다.

이대호는 동료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던 2년간 평균 타율 0.336, 홈런 27개, 타점 87개를 올리며 롯데 주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게다가 2006년에는 타격, 홈런, 타점, 장타율을 휩쓸며 4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어느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4번 주포로 확고히 자리 잡은 이대호가 남은 36경기에서 타점을 추가해 목표로 삼은 100타점을 돌파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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