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용퇴’ 주문…당선자 “그만 둘 의사 없다”
제천적십자․중앙회․충북도 전면전 불가피

대한적십자 충북지사 차기 회장 선출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충북도와 충북적십자사 간 대립양상으로 불거지면서 적십자 중앙회가 23일 차기 회장 당선자에게 사실상 ‘용퇴’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날 유중근 적십자사 총재의 초청을 받아 본사를 방문한 성영용 충북지사 회장 당선자는 “김종섭 부총재로부터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성씨는 “김 부총재는 ‘적십자를 사랑하는 만큼 알아서 처신해 달라’고 했다”며 “이 의미는 스스로 당선자 자격을 포기하라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총재단에 배석한 중앙회 임원도 “전반적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 거시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충북도와 도지사의 의견을 듣고 안 듣고가 아니고,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십자를 위해 옳은 일은 아니며, 적십자 존립자체가 문제다. 봉사하는데 문제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접근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성씨는 “절차상 문제가 없고, 적십자를 사랑하면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봉사했기 때문에 그만둘 의사가 없다”고 밝힌 뒤 “인준을 해 주던지 아니면 공문으로 시행하던지 가․부를 빨리 통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성씨의 고향인 제천지역 회원들은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한적십자사․충북도와의 전면전에도 나설 태세다. 충북도를 항의방문하고 도청집회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적십자봉사회 제천지구 전․현직 협의회장들은 23일 적십자사 중앙회가 성 당선자에게 ‘자진사퇴’를 주문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라며 반발했다.

제천지역 적십자 봉사회원들은 앞서 유 총재에게 보낸 건의문을 통해 “원칙과 상식이 사라진 적십자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 사항을 번복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을 버리고 천심을 따라달라”고 촉구했다.

또 “적십자사는 자치단체장 의중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번 문제를 계기로 정치적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새로운 변화를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천지구 협의회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적십자 내부 일을 정치권이 흔들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통합당에 개인적인 고집을 부리고 있는 이시종 충북지사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2일 도지사로서가 아닌 적십자사 정관에 따른 당연직 충북적십자 명예회장으로 차기 회장을 추천했다는 점과 상임위원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회장을 선출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충북적십자는 지난 9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명예회장(도지사)이 추천한 인물을 회장으로 추대하던 관례를 깨고 경선을 실시, 성씨와 남기창 전 청주대교수가 표결을 벌여 성씨가 당선됐다.<지영수․제천/장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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