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개편안과 관련해 23일 대전시의회에서 열린 ''대전시민 토론회''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 임명제 및 기초의회 폐지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추진위는 지난 6월 대도시의 74개 자치구·군의회를 전면 폐지하고 광역시의 구청장·군수 직선제를 임명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지방자치체제 개편 기본 계획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했다.

안성호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자치구 폐지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퇴보를 가져오고, 행정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존폐와 정체성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결정은 반드시 주민투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진숙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도 주제 발표를 통해 "치밀한 논의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고, 추진위 내부의 표결 과정 역시 폐쇄적, 비민주적으로 진행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행정 편의와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비민주적인 발상에 근거했고, 실적주의에 따른 졸속행정이라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패널들도 개편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황경식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여론 수렴 등을 거쳐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옳다"면서 "주민 참여를 약화시키고 지방자치의 기본정신을 심각히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동 단위까지 의회를 구성하는 등 시민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파 연합뉴스 기자는 "지방의회의 부정적인 모습이 나타나면서 언론을 통해 역기능이 부각됐고, 이번에 개선안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의회가 제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상을 알리고, 자부심을 갖고 주민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2010년 마산과 창원, 진주가 통합할 때 통합론자들은 주민생활 편의, 행정 효율성 증대, 행정비용 감소 등을 기대했는데 2년이 지난 상황에서 보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의 절차, 통합과정에서의 주민 참여, 효과, 만족도 등이 10점 만점에 3점대를 유지했고, 다시 분리하자는 의견은 10점 만점에 5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개편안에 대해 일반인들은 관심이 없다.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무용론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지방의회 없어지면 지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대전/정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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