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 보기가 겁날 정도로 자고나면 흉포한 칼부림과 성폭행 소식이 들려온다.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복판에서 김모(30)씨가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전 직장동료와 행인들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날에는 수원에서 전과자 강모(39)씨가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그 전 날에는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가 가정집에 들어가 주부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했고, 앞서 18일엔 지하철 의정부역에서 유모(39)씨가 커터 칼을 휘둘러 8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울산과 인천에서도 묻지마 폭행은 잇따랐다. 피해자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해야만 했다. 이런 식이라면 그 누구도 나는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 무슨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잇따르는 묻지마 범죄의 범인들은 예외없이 사회적 외톨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자발찌를 찬 채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42)씨는 26년 전부터 가족과 연락을 끊고 교도소를 드나들며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여의도 칼부림 사건을 일으킨 김씨 역시 직장을 잃은 뒤 고시원에서 외롭게 살아오다 범행을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강력범죄의 이면에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공격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경쟁 주의적 사회에서 낙오한 은둔형 외톨이들이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적인 심정에서 묻지마식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외톨이가 한 둘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공식 조사는 없지만, 한국 사회의 외톨이는 최소 20만명을 넘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끔찍한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율적인 관리와 대응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 은둔형 외톨이가 몇 명이나 되는지, 체계적인 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심리테스트나 정신과 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문제가 드러나면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범행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가려내 특별 관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좀 더 직접적으로는 묻지마식 범죄 취약지역에 대한 순찰과 방범활동을 강화하고 문단속 등 범죄예방 홍보도 활성화 할 일이다. 언제 어디서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신속히 출동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범행을 즉각 제압할 수 있도록 경찰과 응급 의료체계도 보완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그늘 깊숙이 숨어 있는 은둔형 외톨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햇볕정책이 절실하다.

치열한 경쟁사회는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에 커다란 그늘을 드리웠다. 경쟁에서 탈락한 학교 또는 사회의 낙오자들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 채 세상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쌓아가는 냉엄한 현실을 우리 모두 자성해야 한다. 극심한 양극화와 경기침체는 이런 그늘과 사회적 외톨이들을 더욱 키우고 있다. 청년실업에 절망한 많은 젊은이들이 방안에 틀어박혀 인터넷에만 매달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심각한 병리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정부와 사회 전반의 일치된 노력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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