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오는 12월 19일에 치러질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들이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20일에 경선과정을 마치고 일찌감치 후보를 확정하였고 민주통합당은 예비경선을 거친 4명(1명은 사퇴)의 주자들이 본선에서의 승리를 향해 본격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그런가하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인사를 비롯하여 예상 출마자들의 행보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들은 합동토론 및 강연 등을 통해 대통령 후보로서의 정견을 발표하고 정책을 제시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만 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래의 정치, 행정, 경제, 사회, 문화, 교육, 환경, 사법, 남북관계 등의 분야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을 내 놓고 있다.

대통합과 소통의 전제 하에 100%의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 저녁이 있는 삶, 가계 부채해결, 무상보육 및 교육, 무상의료, 무상복지, 반값등록금 등을 실현하겠다며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그러나 합동토론회나 강연 등을 시청하면서 무언가 누락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민본철학이 결여된 무미건조한 정책의 나열이 대부분이었다. 대통령의 자질이나 자격요건 중 가장 중요한 국정최고책임자의 공직관이나 국정철학이 빠진 것이다. 한마디로 왜 국정최고책임자가 되려는가에 대한 출사표가 없는 것이다. 토론을 맡은 사회자도 답변을 하는 후보자도 이를 도외시하거나 외면하고 있었다.

대통령직은 어떤 자리인가. 국정최고책임자로서 국토를 보위하고 나라의 살림을 도맡는 자리이다. 국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국가와 사회건설을 위해 전력투구하여야 하는 자리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다. 국가의 최고대표자, 행정의 수반으로서 국내외 정·행의 정점에서 국군통수권을 비롯하여 고급관료의 임면권, 주요정책의 결정권, 국가예산의 편성권, 사면권, 치안유지권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토록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나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국민의 안녕과 복지창출을 위하여 선용하면 좋은 대통령이 되고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남용하면 나쁜 대통령이 된다. 국민들은 본인이나 가족, 친인척 및 주변의 부정축재나 권한 남용으로 인하여 영어(囹圄)의 신세에 처해졌던 나쁜 대통령의 예를 많이 보아왔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공직관이나 국정철학은 대단히 중요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맞는 공직관과 국정철학을 소유하여야 한다. 대통령이 되는 것을 입신출세나 명예 및 부귀영화의 기회로 삼으려는 사람이나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무기로 하여 독선적으로 국정을 펼 사람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통령의 자리를 하늘이 맡게 해 준 것으로 알고(소명의식) 사명감을 가지고 오로지 국민의 행복지수 향상을 위해 무한봉사 하려는 의지의 소유자만이 출마하여야 한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청렴한 사람이어야 한다. 털끝만큼의 부정과 비리를 용서하지 않고 철퇴를 내리겠다는 의지와 모든 결정이나 집행에 있어서 한 치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고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퇴임 후까지 국가로부터 생활비와 경호원이 보장되고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부정축재자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대통령은 누구보다 투철한 공복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보다 그 지위가 낮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여 국민을 섬기는 관리인의 자세를 가져야한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나는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가정에서의 조·중·석식을 밥과 국, 김치와 고추장만으로 해결하고 침대 없는 방바닥에서의 수면을 취하겠다. 굶고 있는 국민이 있는데 내 어찌 호의호식을 할 수 있고 고급침대를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어느 학자의 말대로 국민보다 낮은 자리를 취한다는 공직관이 필요하다. 이 얼마나 떳떳하고 당당한 공직관인가. 대통령의 자리를 권력과 군림의 자리로 보지 않고 하늘의 뜻을 받들어 국민의 복지를 위해 헌신하는 봉사의 자리로 보고 이를 유감없이 실천하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보는 공직관이 아닌가. 후보들은 싱크탱크에서 맡으면 될 정책발굴이나 산출보다 ‘왜 대통령이 되려는가.’에 대한 출마동기 및 의지를 천명하여야 한다. 국민들은 후보들로부터 국가형성 이후 계속되어 온 부정부패의 근절, 정의사회 구현, 선정후경(先精後經) 문화의 착근 등에 대한 소신과 실천철학 등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출사표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