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야심차게 시작한 대선후보 순회경선이 룰의 전쟁으로 파행을 빚어 전체 경선판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첫 주말 제주·울산에서 실시한 경선이 투표 공정성 논란으로 발생한 경선 태풍이 북상해 오는 30‘1라운드 마지막 격전지가 될 충북지역 경선이 제대로 치러질 지 우려된다.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측은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의 모바일투표가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실시됐다며, 투표방식 변경과 제주·울산경선 재투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투표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절충안을 내놓았으나 세 후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경선 보이콧을 선언, 울산 경선은 결국 세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강행되는 파행으로 이어졌다. 이번 제주지역 경선은 첫 경선으로 국민의 관심이 쏠린 대선후보 경선인데도 불구,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보다 투표율이 현저히 낮았다. 투표율이 58.6%로 당대표를 선출한 올해 1·15전당대회 때 80.0%, 6·9 전대 때 73.4%보다 낮다. 이는 문 후보에게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방식으로 투표방식이 정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세 후보측의 주장이다.

안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않은 채 투표를 하고 전화를 끊을 경우 미투표로 처리되는 규정 때문 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제주·울산 경선의 흥행이 전체 경선의 흥행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고 심혈을 기울였으나 룰의 전쟁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당 대통령 후보가 향후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단일화 협상시 주도권을 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의 본선 대결에서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순회경선의 흥행 성공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울산 경선에 이어 강원(28)과 충북(30)에서 열리는 경선의 분위기는 중반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충북의 경우 선거인단이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31322(모바일투표 26836, 투표소 투표 4027, 대의원 460)이 등록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투명하다. 충북의 선거인단은 인구가 비슷한 강원(1102)3배를 넘는다. 선거인단이 3만명을 넘어서면서 조직력보다는 후보의 인기도가 더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충북 경선은 이번 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이 어떻게 수습되느냐에 달렸다. 순회경선에 돌입하자마자 제기된 민주당의 투표방식 불공정 논란은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1야당의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 방식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세 후보들이 제주경선 후에서야 제기한 ARS투표 안내 문제 등이 왜 사전 경선룰 논의과정 등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는지 의아스런 부분이다. 민주당은 제주 경선의 문제점 등을 철저히 재검토해 그 결과를 토대로 상식에 맞게, 합리적으로 이번 모바일 경선 투표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선 공정성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설명과 사과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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