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끄는 사람 돼라” 편지 남겨
남편 전병환씨 아내 유언 받들어
정부, 30일 옥조근정훈장 수여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이렇게도 숙연해질 수 있을까.

마지막 가는 길마저도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세상에 가르침을 남겨 두고 떠난 사람.

사랑과 진실로 사도(師道)가 무엇인지 일깨워 준 사람.

천생 스승이라. 우리가 기억하고 기억해야 할 이름, ‘교사 손명선(여·향년 58세)’.

지난 7월 피부암으로 투병 끝에 그렇게도 사랑하던 아이들을 남겨두고 천상(天上)의 학교로 ‘전출’을 떠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청원 각리초 2학년 아이들에게 “세상을 이끄는 훌륭한 사람이 돼라”는 편지를 남긴 채.

고인은 생전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늘 결손가정과 조손가정 학생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아왔다.

끼니를 거를 정도로 어렵게 사는 제자들을 보면, 쌀과 의류를 바리바리 싸들고 직접 집을 찾았다.

물론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배려와 함께.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엄마처럼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나가선 교복을 맞춰주기도 했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명민함보다는 사랑할 줄 아는 뜨거운 가슴을 가르쳤다.

그 또한 사랑할 줄 아는 뜨거운 가슴으로 제자들을 보듬고 이끌었다.

유언 속에서도 온통 제자들 생각 뿐이다. 눈물겹도록 애틋한 제자 사랑.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꿈과 용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제자들을 위해 1억원의 장학금을 마지막으로 봉직했던 청원군 각리초에 전해달라는 뜻을 남겼다.

고인의 뜻에 따라 남편인 전병환(58·태국 국영석유회사 프로젝트 매니저·청원군 오창읍)씨는 지난 27일 이 학교를 찾아 장학금 1억원을 맡겼다.

전씨는 이날 “아내가 숨지기 직전 1억원을 장학금으로 맡기라는 유언을 남겼다”며 “아내는 마지막으로 근무하면서 담임을 맡았던 이 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에 “각리초 학생들의 즐거운 면학분위기 조성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게 동료 교사들의 전언.

각리초 이문희 교장은 “사랑을 몸소 실천한 손명선 선생님의 교육관을 받들어 기증받은 장학기금을 소외된 학생들이 불편함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자 교감은 “고인은 교편을 잡을 때부터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집을 찾아가 쌀과 옷을 건네는 등 남다른 제자사랑을 실천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학교에 장학금을 맡기기 얼마 전 자신의 모교인 강경 황산초에도 1억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고인의 뜻을 기려 지난 10일 ‘손명선·전병환 장학회’를 설립했다.

2013년 9월부터는 고인이 맡긴 장학금의 이자수입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고인은 지난 1978년 영동 매곡초에서 교편을 잡은 뒤 33년 8개월 동안 교단에 선 이후 진정한 스승으로 동료 교사들은 물론 제자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정부는 고인의 무한한 제자사랑의 뜻을 기려 오는 30일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오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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