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적정성 논란 당선자 전격 인준

충북도와 충북적십자사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적십자사가 그동안 관례를 깨고 충북도의 추천을 받지 않은 인사를 충북지사 회장으로 전격 인준했기 때문이다.

유중근 적십자사 총재는 28일 오후 성영용(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의장) 충북지사 당선자를 결국 인준했다. 성 신임회장은 이날부터 2015년 8월 27일까지 3년간 충북적십자 회장을 수행하게 된다.

충북적십자는 지난 9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충북도 추천 인사를 회장으로 추대하던 관례를 깨고, 경선을 실시, 10표를 얻은 성 전 의장을 신임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충북적십자가 사전 후보자 임용공고나 후보 등록도 받지 않은 가운데 치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장 선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와 관련, 적십자 중앙회는 최근 성 당선자에게 사실상 ‘용퇴’를 주문했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충북적십자 명예회장)의 추천을 받았던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가 27일 ‘회장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 제3의 인물이 추대될 분위기였다.

하지만 중앙회가 성 당선자를 인준하므로 써 충북도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도는 이시종 지사가 회장 후보로 추천한 남 전 교수가 자진 사퇴의사를 밝힌 뒤 제3의 인물을 회장으로 선출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회장 후보를 공개적으로 접수하는 등 정당한 절차도 밟지 않은 채 회장을 선출했는데, 경선이라는 형식논리로 회장을 인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적임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해 남 전 교수를 추천했는데, 엉뚱하게 표결로 선출해 뒤통수를 맞았다”며 “이번엔 성 당선자의 인준을 거부하는 제스처를 취하다 돌연 인준해줌으로써 두 번째 뒤통수를 때린 것”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충북적십자 회장 선출과 인준 과정에서 도가 받은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도와 적십자사가 유지했던 동반자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치단체의 협조가 없으면 적십자 회비 모금이 사실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적십자 회비 모금은 일선 이장과 통장들이 지로용지를 각 가구에 나눠주고 납부를 독려해 이뤄진다.

특히 모금액이 예상보다 적거나 전년도에 비해 미달될 경우 미납자에게 지로용지를 2~3차례 더 배부하는 일도 이장과 통장들의 몫이다. 이런 방식으로 모금된 성금이 충북적십자 한해 모금액의 91%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도가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충북적십자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가 노골적으로 회비 모금에 협조하지 않기도 쉽지 않아 도와 충북적십자는 당분간 불편한 동거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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