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약물 투약 관리 성범죄 감소 기대”

 
정부가 성폭력 범죄 근절을 위해 검토하고 있는 ‘화학적 거세’ 방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분야 전문의들에 따르면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자들에게 성충동성을 일으키는 남성호르몬(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기 위해 특정 약물을 주사함으로써 수술적 거세와 같은 효과를 내는 의학적 제재방법을 말한다. 양쪽의 고환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적 거세’와 구별된다.

화학적 거세에는 ‘항남성호르몬제(성선자극호르몬길항제)’가 주로 사용된다. 항남성호르몬은 전립선이나 정낭, 부고환, 변연계 등의 다양한 기관에 존재하는 남성호르몬 수용체에 경쟁적으로 작용해 이들 기관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표적이 되는 체내 기관에서 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을 방해하기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적 욕구나 성적 흥분, 성적 공상 등과 관련된 성호르몬으로, 이 호르몬이 감소하면 성범죄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남성호르몬제는 전립선암 치료에서 남성호르몬 차단요법에 쓰이는 약물들이다. 시프로테론 아세테이트(cyproterone ace-tate), 아세트산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등이 대표적이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영득 교수는 “항남성호르몬제를 계속 투여할 경우 뇌하수체 황체형성호르몬 수용체에 변형이 일어나 황체형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게 되고 결국 테스토스테론의 생성도 억제된다”면서 “약물 투여 후 2주 이내에 외과적 거세에 의한 수준까지 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의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약물을 주사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약물의 투여 기간이나 용법에 대한 기준이 적립되지 않은 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배재현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현재 전립선암 환자에게 쓰이는 항남성호르몬제의 효과가 최장 3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화학적 거세에도 최소한 3개월 주기 이내의 투약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립선암 환자들의 경우 보험이 적용돼 비용부담이 크지 않지만, 성범죄자들에게 항호르몬제를 투약한다면 비용을 어디서 부담할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건호 경희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주기적으로 투약해야 하는 항남성호르몬제의 특성상 성범죄자에 에게 투약하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지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항호르몬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꼽히는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에 대해서는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영득 교수는 “투약 후 전립선암 환자에 준하는 추적검사를 시행하고 약물부작용과 치료약제의 관련성에 대해 전문가 집단이 객관적으로 인과관계를 판정하면 된다”면서 “화학적 거세가 성도착증의 치료와 재범률을 감소시키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