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린 만큼 결실맺는‘정직한 정치’할 터”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입추(立秋)와 처서(處暑)를 지나면서 한풀 꺾여 아침·저녁으로 제법 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 산과 들에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 익어가고 있다.

김광수(67·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153-33·☏043-220-5162) 충북도의회 의장은 알알이 영글어가는 과일만큼 마음도 풍성하다.

그는 도심 속에서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바쁜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청주시 금천동 7272㎡(2200평)에 11개 종류 430그루의 과실을 키우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사과(32그루)·배(10)·복숭아(35)·밤(35)·대추(10)·감(270)·자두(15)·매실(10)·호도(5)·은행(5)·살구(5) 등을 키운다. 웬만한 과일은 다 있어 ‘과일백화점’으로 불릴 만하다.

울긋불긋한 열매와 연산홍(320그루),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正二品松) 자목(子木)이 어우러져 도심 속 볼거리 제공 등 자연학습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과수원은 그의 아버지(김종각·1997년 작고)가 보리·밀·콩 등 작물을 재배하다 1965년 사과(130그루)·복숭아(300그루)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15년 전 아버지가 작고한 뒤 도와줄 사람이 없어 3년 정도 방치하다 공무원을 퇴직하면서 본격 과수 일에 뛰어들었다.

과수원을 통해 부농을 꿈꾸기 보다는 일거리를 찾고, 이웃들과 먹을거리를 나누기 위해 영농비 300~400만원만 들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가업을 이어갔다.

퇴직 2년부터 일손이 많이 가는 사과·복숭아를 줄이는 대신 다른 과수를 하나·둘 심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 이렇게 심은 과수가 이제 제법 커 수확의 기쁨도 맛본다.

6월초 매실을 시작으로 서리가 내리는 10월까지 자두~포도~복숭아~사과~감 등의 수확이 이어진다. 그러나 감을 제외한 다른 과일은 그의 몫이 아니다. 당초 생각한데로 이웃과 나눔을 실천키 위해서다. 최근 가까운 사람과 주변에서 12팀이 찾아와 복숭아를 따갔다.

김 의장은 “감은 지난해부터 양이 많아져 300상자(10㎏용)를 판매했다”며 “다른 곳은 동해 등이 있어 작황이 좋지 않았으나 우리 과수원은 올해 400상자 수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 흔한 철조망·울타리를 설치하지 않아 볼거리를 제공하는 반면, 지나가는 이들의 손길을 탄다.

“농사는 땀 흘린 만큼 수확을 해 결코 거짓되지 안습니다. 그런 면에서 과일농사를 통해 ‘정직한 정치’를 배우고 있습니다. 열심히 한 만큼 결실을 맺는 정치를 해 나가겠습니다.”

과수일은 가지치기와 적과·제초·소독 등 많은 노동력과 시간을 요구한다. 의정활동 등으로 평일엔 돌볼 시간이 없어 주말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비가 올 경우 손을 미처 못 써 시기를 잃었을 때 가장 안타깝다.

이제 나무도 크고, 그도 나이가 들면서 힘에 부쳐 한계를 느낀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직접 낫과 기계로 풀을 제거한다. 과수원이 산비탈에 있다 보니 농약을 줄 때 줄과 씨름을 하느라 애도 먹는다. 하지만 요령도 생겼다.

가지치기·적과(솎아내기)·봉지 씌우기 등의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과수를 작게 키웠다.

지역에서 공직과 자영업을 하고 있는 두 아들 보선(41)·영선(38)이 주말을 이용, 일손을 거드는 것도 큰 힘이 된다.

김 의장의 과수원은 5~6년 후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청주시의 공원 관리계획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시는 4년 전부터 영운·금천동 일대 9만9174㎡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김 의장은 “과수원이 잘 관리 됐다”며 “시민들에게 자연학습원 제공 등의 보여주는 목적을 위해서라도 살려 뒀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서예에도 관심이 많다. 평소 단재 신채호 선생을 존경해 오던 그는 청주시 공무원 재직당시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널리 알리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단재서예대전’을 열기로 하고 선생의 고향인 청원군과 협의·추진했다.

이후 전국대회로 발전했고, 중국 강서성 경덕진시와 한·중 서예교류를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7월 18일 ‘2012 한중·서예문화교류전’에 참가하기 위해 충북을 방문한 경덕진시 서법가협회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고려대대학원 평생교육원 서예학부를 졸업, 서예 심사자격도 가졌다. 서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부인 이순자(67)씨가 14년 전 서예에 입문하면서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현재 충북서예협회 이사로 활동 중인 이씨는 ‘직지서체’에 대해 논문을 쓴 경산 김영소 서예가의 제자로 각종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휩쓸어 충남·북 서예가들 사이에선 유명 인사다.

지난 7월 6일부터 9대 후반기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 의장은 “집행부의 견제·감시기능도 중요하지만, 정책대안 제시까지 할 수 있도록 해 도의회 스스로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북도 자연학습원장과 괴산군 관광진흥과장, 청주시 경제과장·기획감사과장·복지환경국장·상당구청장을 역임했다. 2006년 민주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을 맡아오다 2008년 5월 ‘청주1선거구’ 도의원 보궐선거에 나서 당선됐으며,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올랐다.   

▶글/지영수·사진/임동빈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