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골목 안 맨 끝 저 집에 귀 뉘인 자 누구일까

신발 두 켤레 댓돌 귀퉁이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문 틈 새로 희미한 불빛 가뿐 숨 고른다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저 속의 삶,

어디론가 집 떠난 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것 칭얼대는 소리, 남루한 창틀 흔들리는 소리

갈퀴같이 마디 굵은 손으로 양은 냄비 달그닥대는

저 빈 그릇의 헛한 마음,

발자국 소린가 귀 기울여도 돌아오지 않는 소리

어느 새 골목 안은 죽은 듯 깊은 잠에 빠지고

홀로 잠들지 못하는 이 동네 맨 끄트머리 저 집엔

누가 있어 이 밤도 등불 내리지 못하고 있는가

△시집 ‘봉평 장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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