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호 충북도립대 교수어떠한 것에 대한 존재를 표현하기 위하여 혹은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을 부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이름’이다.

이름에는 각 존재에 대한 정체성과 대표성이 스며있을 뿐만 아니라 기관에 따라 지역을 나타내거나 특성을 나타내준다.

우리가 어떤 사람 또는 사물·기관 등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정보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이름은 그 대상을 인지하고 이미지를 함축하게 되는데, 그렇기에 이름은 대상 그 존재 자체이자, 모든 것을 함축하여 표현해준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불가에서도 ‘명전기성(名詮其姓)’이라 하여 ‘이름에 모든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었겠는가.

최근 입학자원의 감소로 각 대학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마다 다양한 자구책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운다거나 학과 및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대학들은 이미지 쇄신 및 재도약의 발판의 기회로 ‘교명 변경’을 모색하기도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극동정보대학이 지난 해 강동대로 교명을 변경했으며, 최근 주성대도 대입 수시모집을 앞두고 대학 명칭을 ‘충북보건과학대’로의 변경을 추진 중에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학과 주성대간에 입장 차이를 보인 기사가 본보 8월 29일자로 보도 된 적이 있다.

우리 대학은 주성대의 개혁의 의지와 발전에 대한 열의는 높게 산다. 그러나 방법과 절차, 그리고 주성대가 변경하고자 하는 이름의 부적절성에 대하여 주성대 측의 숙고를 요청하는 바이다.

주성대는 지난 5월부터 교명 변경 계획을 세우고 ‘교명 의견접수와 공모결과 보고회’를 갖고, 교무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의 재학생과 내부 구성원의 교명변경에 대한 ‘동의’ 절차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6월 말이 되어서야 뒤 늦게 충북도와 교육청에 교명변경 의견을 조회하고, 특히 공생의 길을 위해 필요한 인근 대학에 대해서는 의견 및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초기 준비 단계인 사전 의결부터 교명변경에 대한 절차가 미흡하고 부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주성대의 교명변경이 지극히 주성대의 중심에서 성급하게 진행한 점과 변경된 이름에 무리가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도 있다.

첫째 입시생 및 학부모에게 공립대 이미지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충북도내에는 충북대와 충북도립대학이라는 ‘충북’명이 들어가는 국·공립대가 존재해 있는 상태로 주성대가 ‘충북’ 명칭을 교명에 사용할 경우 공립대 이미지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 대학과 교명이 변경된 주성대학이 동일 대학이라는 오인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불과 4년 전 충북과학대학에서 충북도립대학으로 교명을 바꾼 우리 대학을 ‘충북과학대학’이라고 인식하시는 도민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주성대가 ‘보건’자만 추가된 ‘충북보건과학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될 경우, ‘충북과학대학’과 ‘충북보건과학대’가 동일 대학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도립대의 과거 명칭과 공립대 혼동에 따른 우리 대학의 경쟁력 하락은 당연지사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주성대의 ‘충북보건과학대학’이라는 이름에는 많은 오해와 혼선의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유사한 교명으로서의 변경은 우리 대학과 주성대간 공생이 아닌 공멸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상호간 인정을 통한 심사숙고한 중도점의 방안을 마련하여 상호간의 협력을 통한 미래 발전을 위함이 합당하리라고 생각한다.

주성대의 교명변경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배려와 합의를 통하여 보다 상호보완적이고 지역 대학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적절한 교명이 제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대학은, 각각의 학생의 꿈이 펼쳐지는 곳, 희망이 넘실거리는 곳이다. 학생들의 미래와 대학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교명은, 대학의 재학생과 동문, 교직원 나아가 지역사회를 잇게 하는 긴밀한 매개체다. 이러한 교명이 타대학의 교명으로 인해 혼란을 야기한다면 이것은 우리 대학으로써는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주성대학은 보다 심사숙고한 현명한 결정을 통하여 상생할 수 있는 교명으로의 변경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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