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30일 소생기원제
응급복구 행정력 총동원
“가망 없다” 비관론도…

속보=태풍 ‘볼라벤’에 의해 쓰러진 천연기념물 290호인 괴산 왕소나무 소생 기원제가 30일 오전 현지에서 열렸다.

▶29·30일자 8면

괴산군 청천면 송면지역 발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기원제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임각수 군수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주민은 “한 달 전 왕소나무 뿌리가 들뜨고 기울어지는 등 위험하다고 신고했으나 직원들은 ‘걱정 없다’고 했다”며 “이는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군수는 “강풍에 쓰러진 것이 왜 인재냐”며 “지금은 인재나 천재 등 이유를 따질 것이 아니라 왕소나무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군은 왕소나무가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이고 600여년간 마을의 수호신으로 주민과 함께한 노거수란 점에서 소생시키기 위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8일 왕소나무가 쓰러지자 군은 포클레인, 덤프트럭 등 중장비와 전문 인력을 긴급 동원해 노출된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복토를 하는 등 응급 복구 작업을 벌였다.

29일은 뿌리 흙 부분에 마대를 설치하는 보강작업과 나무병원 관계자들도 부러진 가지제거, 영양제 투여, 소독작업 등 복구에 전력을 쏟고 있다.

문화재청 직원들도 29일 오후 현지에 내려와 군의 응급복구 상황을 지켜본 뒤 문화재 자문회의 등을 열어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은 문화재 자문회의 등의 절차를 거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왕소나무 소생을 위한 뚜렷한 대책도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 대학 조경과 교수는 “가지를 자르거나 수액을 마구 투입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상태를 진단한 뒤 빠른 시일 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군은 뿌리 부분이 썩은 채 쓰러진 왕소나무를 세우면 남은 뿌리도 손상될 것을 우려해 일단 현재 모습대로 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일부에서는 심각한 상태에 놓인 왕소나무의 소생 가능성이 희박한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원제에 참석한 임각수 군수는 “괴산을 대표하는 소나무가 태풍에 쓰러진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왕소나무는 높이 12.5m, 수간 둘레 4.7m에 이르고 있으며 꼬면서 올라간 줄기의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해서 ‘용송(龍松)’으로 불리고 있다.〈괴산/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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