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으로 취업률 올려’…지표 공정성 논란 계속
공시 조작 대학, 평가 무관 재정지원 제한 포함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 절차인 정부재정지원제한·학자금대출 제한대학 평가가 올해로 2년차를 맞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고교 졸업자수가 올해 64만여명에서 2018년 55만여명, 2024년에는 39만여명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부실 대학’을 정리해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다.

그러나 불공정한 지표로 대학에 큰 영향을 미칠 ‘살생부’를 정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아 믿을 수 있는 지표와 평가체계가 정착되는 것이 핵심과제다.

실제로 지난 8월 31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로 격론이 오갔다.

◇대학 어떻게 평가했나
10개 지표로 전국 337개 4년제 대학·전문대를 상대평가해 하위 15% 대학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정했다.

지표 배점은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재학생 충원율 30% △취업률 20%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장학금 지급률·등록금 부담완화 각 10% △전임교원 확보율·교육비 환원율 7.5% △법인지표 5%다.

법인지표는 올해 처음 추가된 잣대로 법인전입금 비율과 재단 법정부담금 부담률을 반영했다. 대학의 질을 판단하려면 학교의 자구 노력뿐만 아니라 재단의 책무도 봐야 한다는 취지다.

교과부는 이어 하위권 그룹은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의 4대 절대 지표로 평가해 2개 이상이 미달하는 학교를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정했다.

2∼3개 미달인 대학은 ‘제한대출 대학’으로 분류했고, 4개 지표가 모두 미달인 대학은 ‘최소대출 대학’으로 분류했다.

◇대출제한 대학이 구조조정 ‘주의’ 그룹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13개교는 상대·절대 지표 평가에서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아 앞으로 정부 구조조정 대상이 정부 구조조정에서 ‘주의’ 대상이 된다.

실제 지난해 학자금 대출 제한을 받은 17개교 중 명신대와 성화대학, 선교청대, 건동대, 벽성대학 등 5곳은 시정·개선 노력이 거의 없어 폐쇄명령 등을 통해 퇴출됐거나 곧 퇴출될 예정이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43개 대학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교육역량강화 지원금 등 정부 재원을 따낼 자격이 모두 박탈되기 때문이다.

대외 이미지가 추락해 당장 수시모집을 앞두고 신입생 모집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 또 기업 지원 유치에도 차질을 겪는 등 유·무형의 타격이 크다는 것이 학교 측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 곧 ''부실대학''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 대학 43개 중 22개가 지표 개선 노력을 통해 올해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탈출’했다.

◇수시 수험생 유의해야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학교에 지원한 학생은 이번 발표 이후 사흘 동안 원서 접수를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는 만큼 앞서 재정지원 제한 대학 여부를 모른 채 지원한 학생을 구제하려는 조치다.

접수를 취소하면 아예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응시 횟수 한도(6회)도 줄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은 접수 취소가 안 된다. 그 대신 평가결과 발표일(31일) 전 응시해 해당 대학에 합격한 학생은 다른 신입생과 다르게 대출금 제한을 받지 않는 혜택을 준다.

정부 재정지원 대학들은 수험생들이 대거 응시를 취소할 수 있어 추가 장학금 지원과 총장·보직교수 순회 면담 등의 유인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부실대학’이라는 인상을 이겨내고 학생ㆍ학부모를 설득하려면 추가 비용과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표 공정성 논란 계속돼
평가가 2년째에 접어들며 주요 잣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취업률이다. 대학이 실적을 높이려고 학생들의 적성ㆍ희망은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취업을 권하는 등 ''꼼수''가 많아 교육 역량 강화라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 대학가에서는 작년 재정지원 제한ㆍ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에 지정된 학교들이 1년 만에 10∼15%씩 취업률을 높인 것을 두고도 ''무리한 조치를 썼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취업률 지표가 전공 현실을 무시한다는 반발도 여전하다. 예를 들어 예체능ㆍ인문 학과가 많은 대학이 공학ㆍ상경 계열의 비중이 높은 학교와 취직 실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등록금 부담완화 지표도 논란거리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는 학비 부담액은 보지 않고 한해의 인상ㆍ인하율만 따져 실제 등록금 수준은 낮은데도 지표평가에서는 불이익을 받거나, 등록금 인하율은 낮지만 장학금은 많이 지급한 경우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많은 지방대는 수도권 학교와 학생 충원율을 비교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본다. 영세 재단이 적지않은 현실에서 법정 전입금 비율을 대학 평가에 넣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교과부는 공청회로 대학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초에 지표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거짓 공시에 벌칙
올해에는 허위 공시에 대한 제재가 신설됐다. 취업률과 교원 충원율 등 주요 지표를 엉터리로 제출해 평가 신뢰도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다.

교과부는 올해 지표를 3%P 이상 속이거나 심각한 고의 조작이 드러난 대학들을 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재정지원 제한 대학 명단에 넣었다.

내년부터는 3%P 이하의 허위 공시도 오류 수치의 최대 5배를 기존 자료에서 빼 재정지원 제한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번 학자금 대출 제한 평가에서도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려고 무자격 외국인을 교원으로 뽑았다가 대출 제한 대학이 된 곳이 나왔다.

또 ‘유령 취업’ 등 부정을 막기 위해 3개월마다 취업자의 고용 상태를 확인하는 상설 확인제를 도입, 문제가 적발된 학교를 제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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