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담합정치 불공정 경선 일제히 비판

 민주통합당의 2일 인천 경선 현장은 친노 패권, 불공정 경선 논란 등으로 당내 갈등이 전례없이 고조되는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해찬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내내 김두관 손학규 후보 측 지지자들의 야유와 고성이 쏟아지는 바람에 정상적인 연설이 힘들 정도였다. 반면 문재인 후보 측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성원해 다른 후보 측과 대조를 이뤘다.

이런 분위기는 뒤이은 연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현재 2위로 1위 문재인 후보를 추격하는 손학규 후보는 "친노 패권세력에게 민주당의 미래를 (맡겨) 망칠 수는 없다. 담합과 꼼수의 구태정치로는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과연 친노 패권세력은 노무현 정신을 제대로 지키고 있느냐"며 "일방적인 경선룰 제정과 운영과정, 경선관리업체 선정 의혹 등 친노 당권파에 의해 자행되는 것들이 노무현 정신을 욕되게 하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울산 강원 충북 전북에서 각각 (문재인과 손학규가) 5대3, 5대4, 5대4, 4대3으로 나오는 투표경향이 왜 유독 첫 경선인 제주에서 6대2로 나오는지 국민이 수긍할 수 있겠느냐"라며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3~4위인 김두관 정세균 후보 역시 당의 경선 관리를 비판하면서 1~2위의 문재인 손학규 후보를 견제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에 혁신이 사라지고 패거리정치와 패권주의가 지배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칼자루를 쥐고 반대파는 칼날을 쥐라고 한다"라며 패권정치를 비판했다.

김 후보는 손 후보를 겨냥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구속을 반대하면서 노동자 파업을 철회하라고 한 분, 부자에게 세금 더 걷자고 했더니 징벌세라며 반대한 분이 재벌개혁하자는 데 어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문 후보에 대해서도 "비례대표 공천헌금 32억원을 받은 혐의로 감옥에 가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 선 서청원을 변호했다. 부산저축은행을 금감원이 검사하자 직접 전화를 걸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전화와 3만6000명의 서민 피해자를 양산한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무관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공격수위를 높였다.

그는 "투표를 마친 뒤에야 유세를 하는 기이한 연설 방식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이곳 인천에서 오늘부터 내일까지 투표하는 경남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지역 연설회 전에 모바일투표가 먼저 이뤄지는 경선 방식을 비판한 것이다.

평소 상대 후보나 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온 정세균 후보도 작심한듯 "안타깝게도 지금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몇 사람의 분탕질로 당이 무너지는 걸 좌시해서는 절대 안 되는 위기상황"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담합 구조까지 보인다. 공정 경선은 물건너가고 경선 흥행도 함께 끝나버렸다"며 문 후보와 당 지도부를 비판했고, "박근혜 후보를 이기려면 김대중 노무현을 부정하고 깎아내렸던 사람으로 되겠나"라며 손 후보도 겨냥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지금까지 경선에서 제가 받은 지지 속에는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자는 마음과 함께 민주당을 쇄신하라는 강력한 요구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기득권 정치, 자기 욕심을 앞세우는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서울시장 선거 때 (후보를 내지 못한) 뼈아픈 경험을 하고서도 왜 우리 당이 스스로 달라지지 못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통합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당을 전면쇄신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선이 열린 삼산월드체육관 입구 쪽에는 민주당 1호 법안인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반값포차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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