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 사실 인정 블로그 운영자 등 입건
수사 핵심 유포 배후 조사는 지지부진

새누리당 정우택 청주 상당 국회의원의 성추문 의혹 인터넷 유포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블로그 유포자를 입건하면서 경찰수사가 조만간 마무리된다. 경찰은 보강 수사 후 이달 중순 검찰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수사 핵심인 글의 출처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덮은 셈이다.

◇성추문 유포자 입건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글의 최초 유포자로 지목된 이모(43․구속․ㅅ사 대표)씨로부터 정 의원에 대한 성추문 글을 실제 게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 중인 이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최근 지난해 10월 정 의원 성추문 의혹글을 게재한 야후 블로그(크라임 투 길티․crime2guilty)를 개설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 새누리당 모 의원 전 보좌관 출신의 이씨는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에게 불법대출을 알리겠다고 수차례 협박, 3억8000만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지난 6월 구속됐다.

경찰은 또 이씨가 허모(57․구속)씨로부터 텍스트를 받아 블로그를 게재했다고 밝힘에 따라 허씨를 상대로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허씨가 이 같은 이씨 진술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경찰은 물적 증거를 찾기 위한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6개월간의 의혹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15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익명의 제보를 인용정 의원이 충북지사 재직시절인 2007년 제주도에서 경제관련 단체 회원들로부터 골프접대와 성상납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실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정 의원 측은 즉각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4.11총선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에서 벌어져 새누리당 공천 갈등설이나 중앙 유력 정치인 연루설 등 각종 추측을 불렀다.

또 사건 관련 인물로 지목된 김병일(55) 전 서원학원 이사장이 지난 6월 24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돼 그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문도 증폭됐다.

유포자는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성추문 글이 올라온 블로그의 주인이 이씨인 사실을 밝혀냈던 것. 이에 따라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정 의원에 대한 성추문 의혹 글을 블로그에 올린 경위 등을 추궁해왔다.

◇개운치 못한 수사 종결

경찰은 보강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그러나 의혹은 남는다. 일단 이씨에게 글을 넘겼다는 허씨가 성추문 의혹 글 유포의 배경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배후가 있는지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혹 글을 올린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못해 개운하지 못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김 전 이사장과 관련해서도 김 전 이사장이 왜 평균조회 수가 10건도 되지 않는 이씨 블로그에 접근, 정 의원 성추문 글을 연동했는지, 성추문 의혹 글 게재와 관련해 김 전 이사장과 이씨가 만났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는 이뤄지지 못해 의문으로 남게 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당사자가 사망해 공소권이 없는 사건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수사할 이유가 없다"며 "이씨 등을 상대로 글을 올린 배경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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