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충북생생연구소장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정말 혼란스럽다. 경제적으로는 다른 나라들보다는 그래도 좀 형편이 낫다고 하는데 일반 국민들의 삶은 그렇지 않은 것 같고, 자신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 체제보다 북한 체제를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초등학교 학생이 자기 집에서 유괴되어 성폭행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는 황당한 나라가 되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급속 성장에 따른 분배의 불균형, 신자유주의에 따른 양극화, 물질적 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도덕적 수준, 전통적 가정의 붕괴와 지식만 강조하는 교육제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우리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북한측의 집요한 노력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보수 꼴통이라고 하겠지만 안보 문제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그것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언급을 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힘으로 하면 한국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내부 분열을 통해 이기려는 전략을 써 왔다. 해방 초기에는 전략이 먹혀들어 남쪽의 국론이 분열되고 전쟁이 나자 나라를 거의 잃을 뻔 했다. 지금은 우리 힘이 세져서 그때 같지는 않겠지만 요즘처럼 지역갈등, 빈부갈등, 계층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등 모든 부문에서 갈등과 분열이 만연되고 그러한 갈등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갈등해결체제가 붕괴된 상황에서 공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바닥나고, 정당한 권위나 존경할만한 원로층이 사라진 지금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그때 꼴이 안 난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공권력에 대한 신뢰 상실, 권위의 실종이 전적으로 특정집단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추세를 조장하고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데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천안함 사건을 놓고 우리 정부 발표를 믿지 않고 북한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정치를 하는 나라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북한이라는 상대방이 있고 또 우리 젊은이들이 피해를 받은 상황에서는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강하게 나가면 움츠리고 좀 약하다 싶으면 강하게 나오는 것이 세상 이치다. 북한이 우리 사회 내 북한 추종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계속 분열과 갈등 구조로 만들어 온 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수많은 북한추종자들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제 국회까지도 진출하였다. 정권을 잡기 위해 그들을 용인하고 심지어 손을 잡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는 참여정부 말기에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해 그 방향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인간적인 면에서는 좋은 사람들도 있고 균형발전이나 민생우선 정책 등에서는 생각이 같았지만 북한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에서 내 생각과 많은 차이가 있어 마음을 줄 수 없었다. 같은 현상을 보고 같은 공간에서 사는데 왜 그렇게 생각에 차이가 나는지 안타까웠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정책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들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 도와주되 우리 이익을 우선으로 하면서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도와준다면 괜찮겠지만 우리가 서로 한 핏줄을 나눈 형제라는 것, 즉 인정에 기초해 북한을 대하고 북한을 우선시한다면 자칫 일을 망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야당에서 참여정부 출신들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참여정부 말기 청와대와 열린우리당간에 갈등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을 해체하지 않기를 희망했지만 당시 대권 후보들이 열린우리당으로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민주당을 창당하자 민주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당시 노전대통령 측근들 중에서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자신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으니 민주당보다는 차라리 MB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 친노세력이 자신들의 주군인 노전대통령을 버리고 또 한 때 자신들이 몰락하기를 바랐던 당에서 중심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을 보면서 돌고도는 세상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부상이 앞으로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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