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딜 가나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들이다. 길거리에서도 모자라 이제는 집에서 잠자고 있는 아이까지 성범죄 대상이 되는 세상이고 보니 그럴만도 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로 부녀자이던 성범죄 대상이 이제는 미성년자까지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의 연령도 성인에서 미성년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도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집에서 잠자던 초등학생을 이불로 싸서 납치한 뒤 성폭행한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충남 천안에선 한 고교생이 하룻새 여중생과 초등학생을 잇따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성범죄는 피해자는 물론 가족의 삶까지 송두리째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다.

그 후유증을 감안할 때 살인죄 이상의 처벌이 필요한 중범죄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안일하다.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범죄 행위로 치부하는 데다, 피해자의 합의하면 처벌 수위도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범죄자들 가운데 재범자들이 적지 않다. 성폭행 방지를 위해 전자발찌를 차고도 범죄를 저지르는 세상이니, 더 할 말이 있겠는가. 경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건수는 1만9498건에 이른다. 지난해 1만8256건에 비해 6.8% 증가한 수치다. 흉기를 사용한 강간범은 2007년 541건에서 지난해 1987건으로 폭증했다. 성범죄 수법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흉폭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성범죄를 중하게 다루고 있다. 살인죄와 별반 차이가 없다. 스위스의 경우 성범죄자에게 종신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돼 있고, 미국의 경우 성범죄자 평균 형량이 10년5개월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관대하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평균 형량은 일반 성폭행범의 경우 3년2개월, 13세 미만 대상 성폭행범은 5년2개월 정도다. 그나마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면 형량은 더욱 낮아진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니 범죄 예방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처럼 성범죄를 비롯한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치안 불안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불심검문을 부활한다고 한다. 불심검문이 인권 침해 논란 소지가 있지만, 강력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불심검문만으로 강력범죄를 줄이고,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오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평범한 한 사람과 그 가족의 삶을 파괴하는 성범죄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 사회적 안정망도 확충해야 한다. 불심검문보다는 평상시 순찰 강화를 통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같은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될 때 우리 사회를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는 성범죄가 줄어들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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