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의 KAIST 연구진이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작용 과정을 밝혀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철희 교수와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팀이 공동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간이 손상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에 감염됐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체의 면역반응으로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C형 간염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기 위해 면역작용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에 의해 분비되는 단백질인 종양괴사인자(TNF-α)의 분비도 늘어난다.

종양괴사인자는 평소에는 세포의 생존과 죽음을 모두 관장하지만, C형 간염에 감염되면 세포의 생존을 담당하는 신호전달 경로의 활성을 억제해 결과적으로는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또 간염을 구성하는 10가지 단백질 중 core, NF4B, NS5B 라는 단백질이 이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기존에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 손상을 일으키는 기전을 밝혀내지 못해, 주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데만 초점을 맞춰 신약이 개발돼 부작용이 많았다.

이로써 간세포를 손상하지 않고 부작용이 적은 C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의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초의학과 응용의학의 융합연구가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면서 "앞으로도 다학제간 융합연구를 통해 그동안 풀지 못했던 난제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형 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약 1억7000만명,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의 1%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되면 대부분 만성으로 변하며, 간경변증이나 간암을 유발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헤파톨로지'' 9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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