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들의 세비인상 소식은 국민에게 또 한번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18대 국회의 평균 세비인 1억1470만원 보다 20% 정도 의원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히 불린 것은 공무원 보수 평균 인상률 3.5%와 단순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 물론 평소에 일을 열심히 하고, 국민에게 존경받는 국회라면 사정은 달랐겠지만, 이번 세비인상은 인상의 주체, 시기, 방법 모두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먼저 이번 세비인상을 가능하도록 만든 국회의원 수당규칙이 개정된 시점은 18대 국회 임기의 중간지점인 2010년 연말이었다. 해머와 공중부양으로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18대 국회가 세비규정을 손질한 것은 ‘집단적 이기주의’ 이외의 표현으로는 설명할 방도가 없다. 둘째, 시기도 잘못됐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의 세비동결로 인해 행정부 고위관리들과 보수격차가 생겼다는게 세비인상의 명분이었지만, 경제난으로 신음하는 서민의 고되고 지친 삶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세비삭감이 아닌 동결을 그나마 감사하게 생각하는게 선출직 공무원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닌지 묻고 싶다. 민의의 대변자인 자신들을 행정부 관리들과 동렬에 올려놓는 것은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투명하지 못한 처리과정도 문제다. 국회의원 세비인상안이 아무리 본회의 표결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해당 상임위의 심의절차를 거쳐서 그 당위성과 불가피성을 떳떳하게 공론화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투명한 절차를 밟는 것이 정도(正道)였다고 본다.

또 이번 세비인상은 189만원에서 313만원으로 불어난 입법 활동비가 견인했다. 유감스럽게도 국회의 입법 활동 실적을 보면 과연 이 항목에 돈을 얹어줘도 괜찮은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입법 활동이 돈으로 개선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지원을 해도 아깝지 않겠지만, ‘품위유지’를 위한 의원들의 쌈짓돈으로 전용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큰 것이 현실이다. 당장 숫자가 이를 웅변한다. 18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만4000여건을 헤아리는데, 정작 법안 통과율은 13%정도에 불과했다. 법안발의 건수에 집착한 함량미달의 법안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반면 18대 국회에서 정부제출법안의 국회 통과율은 76%였다.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려면 의원입법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분발해야만 하는 이유다.

국회는 비단 이번 세비인상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국민으로부터 많은 불신과 눈총을 사고 있다. 여야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이 늦어지자 의원정수를 한명 더 늘려 300명을 만들어내는데서 해답을 찾는 ‘꼼수 부리기’는 기본이다.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을 지내면 65세 이상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 연금도입은 물론, 2200여억원을 쏟아 부은 국회 제2회관 건립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조차 못할 ‘특권의 성채’를 쌓아놓았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통의 광장은 넓어졌고, 그 여파로 국회와 정당을 매개로 하는 대의정치가 도전을 받고 있을 정도로 정치지형은 급변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소리(小利)에만 매몰된다면 여의도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불신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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