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기 영 영동대 교수

지난 1987년 브런트런드의 미래세대를 위한 자원의 보호에 관한 최초 보고서로부터 출발하여, 1993년 리오환경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지표가 강조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구조와 형태가 부각되었다. 도시계획의 선진국인 영국에서는 1997년 계획체계의 역할에 관한 전략적 중요성, 계획에 있어서 디자인의 중요성, 시민참여 등이 강조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및 도시형태에 주목하게 된다. 만약 자원이용을 줄이고 공해를 저감시킬 수 있도록 도시를 디자인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수만 있다면, 이는 향후의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의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도시형태에 관해서는 오랜 논쟁이 있었다. 사실 지속가능한 도시형태와 구조에 관한 논의는 혼란스럽고 쉽게 결론나기 어렵다. 그런데 지속가능한 도시형태중에서 대표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압축도시에 대해서도 찬성과 반대의 논쟁이 있어 왔다.

집중적 고밀개발을 지향하는 압축도시에 관해 찬성론이 있다. 많은 도시개발 수용, 기반시설 및 기개발토지의 재이용, 도심부 재생활성화, 교외지역의 보존, 저렴한 대중교통수단, 높은 접근성 및 이동성, 자전거와 보행의 활성화, 공해감소에 따른 환경개선 및 보건성 제고, 고밀화로 인한 난방비용의 저감, 사회적 혼합 촉진, 지역활동의 집중 및 업무환경 활성화 등이 주장의 이유이다.

반면 반대론도 있다. 뿌리깊은 교외지역 주거지 선호경향과 상치되며, 과밀개발의 경우 혼잡으로 인해 집중개발의 장점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도시내 공지의 감소로 인한 환경의 질 저하, 교외지역 공동체 경시 우려, 도시내 혼잡 및 공해 증가, 사회적 격리 현상 심화 우려, 교통제한에 비해 에너지 절감효과 미약, 고층고밀개발의 태양열 에너지 이용을 저해, 지방분권화 및 공동체 시설 확충의 어려움 등이 반대의 주요 이유이다.

사실 압축도시에 대해 교통, 도시형태, 에너지 소비간의 관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은 없다.

압축고밀도시는 교통거리의 감소 및 대중교통의 영향으로 낮은 에너지 소비량을 보이나, 분산된 집중형태의 도시가 보다 에너지 효율적 도시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분산된 집중도시모형은 압축개발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된 개발형태로서 다핵도시형 혹은 다수의 소핵도시를 갖는 단핵도시형 개발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형태의 압축도시 개발은 비현실적이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주장되는 분산된 집중 도시모형의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시주변에 구성되는 다양한 형태의 분산적 집중이 바람직하다. 내부도시의 재활성화를 통해 인구와 직업의 감소를 둔화시켜야 한다. 도시내 혹은 도시간 대중교통수단이 개선되어야 한다. 복합용도는 장려되어야 하며, 과도한 용도지역 분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도시녹화와 열병합발전을 장려한다.

결국 도심내 수용 및 재생 등의 집중개발의 장점과 불가피한 분산개발의 장점을 접목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주민참여의 촉진 및 정체성 회복, 지역적 자원의 보존 등이 강조된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도시나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청정에너지와 같은 대체 에너지의 개발로 인해 멀지 않은 장래에 에너지 소비의 문제는 경감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해보다는 혼잡의 문제가 도시형태의 주요 요인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도시공간을 적게 점유하면서도 보다 효과적인 교통수단과 토지이용의 지속가능성 기준에 적합한 도시형태가 중요하게 될 것이다. 혼잡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서비스와 설비로 높은 이동성과 접근성을 가능케 하는 구조, 도시와 농촌간의 공생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구조, 사회적 혼합과 지역 공동체의 자율성 및 자족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조, 고도로 가시적인 동시에 상상력이 풍부한 주거지 형태를 제공하는 구조 등이 그 핵심적 골격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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