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미 수 소설가

 

18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1377창조의 빛’ 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이다. ‘1377’이란 흥덕사에서 직지를 금속활자로 찍어낸 연도이며 ‘창조의 빛’이란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라는 점을 부각시킨 말이다.

이번 축제에 나도 가족과 함께 꼭 가볼 예정이다. 특히 딸을 꼭 데리고 가고 싶다. 그동안 가족과 다양하고 특별한 축제를 많이 다녔다. 하지만 딸은 짚풀문화축제라든지 충무공이순신탄생기념축제와 같은 문화축제를 유독 인상 깊게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청소년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지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문화축제만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문화축제는 그것을 즐기는 동안 대화하고 공감하고 함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지축제의 프로그램을 확인해보았다. 금속활자 특별전에서 고려시대 직지와 고려 금속활자 50점을 나는 특히 보고 싶다. 딸은 직지 오페라갈라콘서트에 관심을 보였다. 남편에게 프로그램을 보여준다면 아마 금속 활자장 보유자가 시연하는 금속활자 체험이나 유럽전통인쇄 문화시연을 선택할 것 같다.

하지만 축제에 가보면 알게 된다. 축제는 오롯이 나만의 것도, 함께 한 가족들만의 것도 아니다. 축제는 그곳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것이다. 참여한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열기와 관심이 축제를 축제답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에 참가하고 나면 정신이 고양되고 동질감이 형성된다. 그럴 때 축제의 의미는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축제가 감동적일수록 그곳에 오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자극과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축제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직지축제에 모인 사람들이 보다 열광적인 직지 사랑의 보유자였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의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를 본 뒤 더욱 강해졌다.

싸이의 ‘오빠는 강남 스타일’이라는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현재 무려 1억회 클릭되었다. 몇 시간 후 다시 보니, 1억2백만이었다. 아마 내일이면 1억000만회가 넘는 조회수가 기록돼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저스타디움에서 야구를 보는 팬들이 싸이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싸이가 등장하자 열광하는 장면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었다. 또 싸이는 미국의 쇼프로에도 초대되어 수많은 화제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불과 5분짜리 뮤직비디오에 그토록 열광하는 전 세계인의 모습을 보며 과연 문화의 전파력이 얼마나 대단해졌는지 실감했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경외심도 생겼다. 창의적이며 차별화된 문화라면 얼마든지 확산시킬 수 있는 매체가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그것은 한편 직지 같은 세계유산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직지축제를 통해 직지를 널리 홍보하고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가령, 직지축제에 참여하여 감동 받은 누군가가 그것을 유튜브에 올리고 그것이 세계인의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보다 차별화되고 알찬 프로그램이 많은 축제라면 그 가능성은 더 열려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직지에 대한 청소년이나 시민들의 제대로 된 인식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직지의 참가치를 깨닫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대개 직지의 가치를 말할 때,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라는 점을 꼽는다. 금속활자는 활판 인쇄를 하기 위해 쇠붙이를 녹여 주형에 부어 만든 활자이다. 중국에서 발명된 교니활자인쇄술과 목활자인쇄술을 도입한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 이미 중국보다 먼저 금속활자 인쇄술을 발명하고 이를 실용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세계최초로 금속활자화 시켜서 전파시키려고 했던 스님들의 불심에 더욱 감동하고 그 정신적 가치를 더욱 높이 사고 싶다.

고려말엽 백운 스님은 스승 석옥 선사로부터 손수 쓴 ‘불조직지심체요절’이란 책자를 물려받았다. 백운 스님은 다시 제자 법린에게 전하면서 그 내용을 대폭 보강하였다. 대승불교는 중국으로 건너오면서 기존의 도교와 만나서 선불교를 탄생시켰다. 결국 직지는 역대의 여러 부처와 조사스님들의 설법에서 선의 핵심을 깨닫는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서 엮은 책이다. 이 직지를 1377년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하여 배포한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점이 바로 이 직지를 금속활자로 인쇄해서 배포했다는 점이다. 직지의 뜻은 ‘참선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 이다. 세계최초의 창의적인 금속활자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직지의 그 가르침을 전파시키려는 불심이었다고 본다.

또한 직지로서 대중을 구원하고자 한 사랑이 금속활자를 탄생시켰을 것이다. 그 정신적인 가치 역시 우리 청소년과 일반 대중이 직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문화컨텐츠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즉, 1377년 직지가 최초의 금속활자를 탄생시켰듯이 현재의 직지축제는 세계 최초의 무엇인가를 다시 탄생시키는 계기로 작동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작이나 예술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에 따른 지원도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그랬을 때 우리의 직지축제는 더욱 빛날 것이다.

지난 천년 세계를 움직인 100대 사건 중 1위가 유감스럽게도 1455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42행 성서를 인쇄한 것을 꼽는다. 우리 직지가 구텐베르크보다 무려 78년 앞섰지만, 세계에 뒤늦게 알려진 결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창의성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200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직지를 등재시켰다. 그리고 직지축제를 통해 직지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직지의 창조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함께 배우고 즐기는 모두의 축제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나 또한 직지축제에 거는 기대가 많다. 직지축제 기간 내내 창의성과 상상력이, 1377년의 그날의 빛처럼, 모두에게 비춰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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