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10일은 전 세계인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올해로 벌써 10회 째를 맞는 세계 자살예방의 날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2003년 제정했다.

10회 째를 맞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자살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오명을 7년째 이어가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수는 2010년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OECD 평균 12.6명을 월등히 앞선 채 1위를 고수하고 있어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을 공공연히 보여준 셈이다. 자살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일종의 사회트렌드로 간주하며 무감각해지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살이 만연하는 현실만큼 우리 사회의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이 극도에 이르렀고 구성원들에 살아갈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인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이 급증하는 것은 안타운 현실로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인구는 10만명 당 13명에 달하고 있다. 삶에 대한 희망과 원대한 계획으로 가득차야 할 젊은이들은 ‘무조건 남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위주의 입시교육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세계가 황폐화하고 있다. 여기에 무자비한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의 사회분위기도 자살을 부추기는 일종의 사회적 타살 성격이 짙다.

노인 자살률은 10만명 당 81.9명으로 OECD 평균의 2.6배나 될 정도로 훨씬 심각하다.

노인 자살에는 건강 악화, 사회적 단절, 우울증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경제적 빈곤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5%로 OECD 평균보다 3.4배 높고 급속한 고령화에다 핵가족화와 사회안전망 부재로 노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자살대국’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을 보면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예산은 연간 20억원에 불과하다.

복지부 추산대로 연간 10만명 가량이 자살을 시도한다고 볼 때 예산 규모로만 보자면 자살을 방치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은 대부분 예방가능하며 정부가 보건, 사회 등 관련 부문을 활용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예방을 위한 지름길은 타인에 대한 따스한 관심과 진심어린 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그 중 큰 원인은 바로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메말라가고 있는 현대사회 속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생명경시 풍조로 이에 대한 의식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도 노인 복지를 강화하고 자살예방 예산과 인력을 늘려 생명을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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