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90년 당시 9살이던 베키 오코넬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도널드 뮐러의 사형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사우스다코다주에서 집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베키는 사탕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뮐러에게 성폭행 당한 후 다음날 아침 링컨 카운티의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이 더 주목 받는 것은 베키의 부모가 매달 720달러의 장애인 보조금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들이 사형집행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서 4000달러의 성금이 답지했다는 것이다. 베키의 어머니는 범인이 내 딸이 죽는 것을 봤듯이 나도 그가 죽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하였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아동을 성폭행하면 최소 징역 25년에서 사형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벌어진 ‘조두순 사건’이라고 하는 유사 사건에 대해서 징역 12년의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검찰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심에서는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음주를 한 상태에서 범행한 점 등을 감안해 징역 12년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생각 만해도 끔찍한 아동을 상대로 한 잔혹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분노의 수치와 법리적 양형과는 괴리가 있음에 틀림없다.
잔혹 범죄에 대한 양형은 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분노를 달래는 것은 물론 재범방지를 위해 현실화해야한다. 그러나 최근 모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폭력 범죄자의 외과적 치료에 관한 법률안’ 즉,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물리적 거세를 가능하게 한 법률안을 보노라면 과연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해당 법안과 비슷한 내용이 18대 국회 시절 발의된 바가 있고 이 법안에 대한 논란에 대해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외과적 치료법안의 외과적 거세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외과적 치료 대상자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및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된다”고 한 바 있다. 성범죄의 재범률이 높아 이를 낮춰 보자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같은 취지가 성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에도 적용이 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서는 세계에서 오래된 법전 중 하나인 ‘함무라비 법전’을 편찬하여 시행한 바 있다. 우리에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알려져 있는 법전이지만 사악한 자와 악행을 일삼는 자들을 없애고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는 서문으로 규정되는 당시로는 진일보한 인도주의적 법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요즘 함무라비 법전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해당 법전에 기록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 자신의 눈을 뺄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이빨을 부러뜨렸다면 그의 이도 부러뜨릴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다면 그의 뼈도 부러뜨릴 것이다’는 등가보복의 원칙이다. 범죄에 대한 등가보복이 인류 보편적으로 유효하다면 여전히 시행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국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 열거한 것 외에도 함무라비 법전에는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다가 환자가 죽게 되었다면 의사의 손은 잘릴 것이다’, ‘건축가가 집을 지었는데 그 집이 무너져 주인이 죽음을 당하면 건축가는 사형에 처한다’와 같은 것이 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사고나 부실 건축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생각하면 뜨끔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함무라비 법전의 법정신을 지금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면 살인죄도 사형, 의료사고도 사형, 불법건축도 사형에 해당한다. 범죄자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징역형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음에도 신체에 유해를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 인도적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이다. 피의 사실만으로 피의자에게 가해지는 고문이 합법적이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범죄자는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가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 같은 흉폭한 범죄에 대해서 과장될 정도로 리엑션을 보이고 비난 하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다. 물리적 거세를 가능하게 하면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분출할 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등가보복성 법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회를 정의롭고 살만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강력한 법 집행에 따른 단기적인 범죄 예방과 범죄 심리 억제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