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4일)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정부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다. 2002년 9월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을 발표한 지 10년 만에 ‘세종시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오늘의 세종시가 탄생하기까지는 실로 많은 우여곡절과 진통을 겪었다. 충남 연기·공주에 16부4처3청의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내용의 ‘신행정수도법’이 2003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이 내려졌다.

그 뒤 여야간 논란 끝에 이전 대상을 총리실을 비롯한 12부4처2청으로 축소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2005년 3월 통과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세종시를 교육·과학·기업 중심도시로 변경하는 수정안 추진에 나섰다가 충청권의 반발 등으로 국회에서 부결됐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세종시의 외형은 새로운 행정수도를 건설하려던 10년 전 당시보다 작아졌다.

이번 총리실 이전을 필두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국가 핵심 기능의 상당부분을 세종시로 옮기는 ‘역사적 실험’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세종시에는 16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기관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에 걸쳐 이전된다. 올해에는 총리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등 6개 부처와 조세심판원 등 6개 소속기관이 세종시에 둥지를 튼다.

내년 말까지는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등의 이전이 완료된다. 2014년에는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국세청 등이 자리를 옮긴다. 중앙행정기관들의 ‘지방시대’가 본격 열리는 것이다. 세종시는 지리적으로 국토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행정수도 안착에 성공하면 수도권 편중을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상징적인 기능과 역할이 기대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세종시를 인구 50만명이 자급자족하는 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적지 않다. 누누이 지적된 것이 중앙행정기능의 이원화에 따른 행정 비효율이다. 청와대와 국회, 외교통상부, 통일부, 법무부 등은 수도권에 남아있기 때문에 정부 부처 간의 유기적인 업무 효율성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무회의 등 각종 회의나 업무 조정을 위해 총리와 부처 장관이 서울과 세종시를 수시로 오가야 하는 것과 같은 크고 작은 비효율과 낭비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풀어야 할 최대과제다.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를 확대하겠다고 하나, 당장의 정부기관 이전 일정 등에 비춰 볼 때 그간의 준비가 미흡했거나 더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종시 자족기능의 확보도 서둘러야 한다. 세종시로 자리를 옮기는 공무원의 주거대책과 함께 교육, 생활기반 시설 등 배후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세종시가 텅 빈 ‘반쪽도시’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세종시 모델이 정부기관의 단순 이전이나 기계적 분산이 아닌, 명실상부한 국토균형발전을 이끄는 견인차로 안착할 수 있도록 보완책 마련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