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잘 판단해줬으면.." 우회적 사퇴요구 관측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대선국면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 중 하나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리할지 주목된다.

야권은 정수장학회가 박 후보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시 강탈한 장물로 여전히 박 후보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사회 환원 공세를 펼쳐왔고, 이에 맞서 박 후보는 자신과 무관하다며 이사진 퇴진 요구 등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는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논란이 계속되면서 장학회와 이사진의 순수한 취지마저 훼손되고 있다"면서 "이사진이 잘 판단해줬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박 후보가 최필립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 주변에서도 정수장학회 문제가 사실상 해결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박 후보가 공개적으로 `이사진의 판단을 언급한 것은 이미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실제 이 문제에 깊숙이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걱정하는 분들이 그동안 여러 번 최 이사장과 접촉해 이런 뜻을 전달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박 후보의 오늘 언급은 장학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박 후보가 마지막으로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내가 알기로는 장학회 이사진 쪽에서 변화의 조짐이 있을 것"이라면서 "정수장학회 문제는 해결이 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박 후보측 인사는 "많은 얘기는 못 하겠다"면서도 "최 이사장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잘 나가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최측근 인사도 "지금까지 최 이사장 퇴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메시지나 얘기들이 장학회 쪽으로 많이 들어가지 않았겠느냐"면서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행동이 제대로 안 보였는데 후보의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온 만큼 (최 이사장이) 그렇게 해 주면 고마운 일"이라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최 이사장이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정수장학회 문제가 해결될 경우 박 후보는 과거사 논란에서 일단 하나의 짐을 벗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이사회와 무관하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해 온 박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취함에 따라 앞으로 5ㆍ16쿠데타나 유신 등 다른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