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망 좁혀지자 심적 부담 느껴 자살한 듯”

청주 내덕동 20대 여성 살해 용의자 곽광섭이 15일 오전 11시 55분께 청주 우암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속보=청주 내덕동 20대 여성 살해 용의자 곽광섭(46)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범행 발생 4일, 공개수배로 전환한지 18시간 만이다.

▶14일자 3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상당경찰서는 15일 오전 11시 55분께 청주 우암산 보현사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기슭에 있는 나무에 목을 맨 곽광섭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신연식 청주상당서 수사과장은 “인근에서 버섯을 따던 등산객 김모(여․57)씨가 나무에 목을 맨 곽씨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곽은 범행 후 도주할 당시와 같은 감색 반소매 셔츠와 긴 바지를 입은 상태였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주민등록증과 면허증, 신용카드 1장이 지갑에 담겨있었다. 또 주변에서 곽이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빈 소주병이 발견됐다고 신 과장은 말했다.

경찰은 곽이 발견되기 12시간 전인 “14일 밤에서 15일 새벽사이”로 사망시간을 추정했다.

곽은 지난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내덕지구대 옆 상가건물 3층 주택에서 자신의 옆집에 사는 장모(여․25)씨를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았다. 장씨는 11일 오후 2시 30분께 이 건물 같은 층에 있는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이날 오전 집을 나간 뒤 잠적했다. 사건 직후 그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은 곽의 내연녀로부터 ‘우암산으로 올라갔다’는 진술을 얻고 이 일대를 수색해 왔다. 내연녀는 “(곽광섭과) 함께 우암산에 올라갔었고, 그가 ‘내가 그 여자를 죽였다’고 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14일에는 ‘피해여성의 침대와 시신부검과정에서 확보한 유류품 20여점 중 체모와 체액, 타액 등 5점에서 검출한 DNA가 곽의 것과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구두통보가 경찰에 전해졌다.

경찰은 곽이 청주에 오기 전까지 생활했던 대구 등지에 수사관을 보내 탐문수사를 벌였으며, 내연녀의 진술 등으로 미뤄 그가 우암산 일대에 은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기동대 300여명과 경찰견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곽이 휴대전화를 두고 달아난 데다 신용카드 사용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자 수사 14일 오후 공개수배로 방향을 전환했다.

신 과장은 “곽이 자수를 권유하는 내연녀에게 ‘지금 내려가면 무기징역’이라고 두려워했다”며 “경찰이 우암산 일대의 공․폐가와 산간지역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는 등 좁혀오는 수사망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곽이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의 죽음으로 이번 사건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신 과장은 “곽의 DNA 대조를 통해 추가 범행 여부를 수사한 뒤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살해 동기나 수법 등에 대해 확인이 힘들게 됐으며, 성범죄 우범자 관리나 전자발찌 운용 등과 관련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됐다.

<이도근․이삭>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