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막을 내린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 성적표를 받았다.

5년 전인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무릎을 꿇은데 이어 두번 째 대권도전의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65세인 그는 올해가 마지막 대선 도전이라는 각오로 임했던 터라 그 자신뿐 아니라 참모들도 패배의 아픔이 클 수밖에 없었다.

2007년 10월 통합신당 경선 때 손 후보는 대세론을 타고 바람몰이를 시도했으나 정 후보의 탄탄한 조직 벽을 넘지 못했다.

그 해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정치적 모험을 결행하고 통합신당 창당에 참여했으나 14년간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과거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올해 경선은 달랐다. 그후 5년 동안 손 후보는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느 곳에서든 주인이 되라는 뜻)라는 좌우명처럼 `손님에서 `주인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2007년 경선 패배 후 백의종군한 그는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오히려 정 후보보다 더 많은 연설에 나섰을만큼 열과 성을 보탰다.

결국 530만표 차이로 대선에 패한 후 이듬해 대표직을 맡아 야권통합을 통해 18대 총선을 치렀고, 2010년 6ㆍ2 지방선거 패배 이후에는 춘천 칩거를 끝내고 귀경해 10.3 전대를 통해 또 한번 대표를 역임했다. 당이 흔들릴 때마다 그는 독배를 들었다.

지난해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는 대선후보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사지(死地)인 분당을 선거에 직접 출마해 당선증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한 참모는 "이번 경선에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완전히 사라졌다"면서 "당이 고비를 겪을 때마다 손 후보가 자신을 버리고 헌신한 것을 상대 후보와 당원 모두가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경선에 앞서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의 지지후보 결정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손 후보는 또다시 미끄러졌다. 5년 전 그에게 패배를 안겼던 `당심(黨心ㆍ당원들의 마음)을 폭넓게 껴안았지만 선거인단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 `민심(民心)에까지 외연을 넓히지 못했다.

특히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문 후보를 모바일투표라는 방식으로 넘어서기는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전체 선거인단에서 모바일 선거인단의 비중은 93%에 달했다.

다른 참모는 "친노 세력이 지닌 모바일 군단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손 후보는 대선 도전 실패로 또 한번 정치적 갈림길에 서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 착근이 당면 과제였던 5년 전 도전과는 처지가 다르다.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오합지졸로 흩어질 수 있다. 적색등이 켜진 것이다.

손 후보는 경선 이후 행보와 관련해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했다. 손 후보의 향후 정치적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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