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해소 국토균형발전 상징

 

 

국무총리실이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을 시작하면서 세종시 시대가 열렸다.

대한민국 행정중심축이 ‘600년 수도’ 서울을 떠나 세종시에 집결하는 거국적 사업의 서막이 올라 신수도권 시대가 도래 했다.

지난 14일 총리실을 시작으로 36개 중앙행정기관이 대이동에 들어가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물론 제2수도 도약의 발판이 마련된다.

동양일보는 세종시 이전 추진 경과·의미, 향후 일정, 변화,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 등을 살펴봤다.

   ◇이전 추진 경과

세종시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기까지는 지난 10년 동안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2002년 9월 ‘신행정수도 충청권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 취임 이후 충남 연기·공주에 16부4처3청의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내용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마련했고, 2003년 12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4년 10월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고, 여야는 2005년 3월 진통 끝에 12부4처2청을 충남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11월 세종시 수정 입장을 공식화하며 세종시를 ‘행정도시’에서 ‘교육·과학·기업 중심도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와 야당, 충청권이 강하게 반발해 수정안은 2010년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전 일정

이전 대상은 16개 중앙행정기관(9356명)과 20개 소속기관(1096명)이고, 이전은 9월 14일부터 2014년 11월까지 3년에 걸쳐 이뤄진다.

올해는 12개 기관(4139명)이 이전한다. 국무총리실(303명)과 기획재정부(853명), 공정거래위원회(354명), 농림수산식품부(675명), 국토해양부(1228명), 환경부(505명) 등 6개 중앙행정기관이 그 대상이다.

조세심판원(108명), 중앙토지수용위(33명), 항공철도사고조사위(11명), 중앙해양안전심판원(22명), 복권위(26명), 중앙환경분쟁조정위(21명) 등 6개 소속기관도 연내 이전한다.

총리실은 정부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옮긴다.

우선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 주한미군기지이전지원단, 공직복무관리실, 세종시지원단, 지식재산전략기획단, 총무(Ⅰ) 등 1그룹이 14~16일 이전을 완료하고 17일 첫 출근을 했다.

2그룹은 11월 17~30일 국정운영1·2실, 사회통합정책실, 규제개혁실, 정책분석평가실, 민정민원비서관실, 법무감사 등 조정업무 부서를 중심으로 이전된다. 

3그룹은 12월1~16일 정무실과 의전관실, 총무(Ⅱ) 부서에 대한 이동과 함께 이전의 종지부를 찍는다.

역사적인 총리실 이전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완성의 첫 단추를 꿰는 상징성을 지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어 농림수산식품부(675명) 11월 26∼12월 9일, 국토해양부(1228명) 11월 26∼12월 16일, 기획재정부(853명) 12월 10∼30일, 환경부(505명) 12월 17∼23일, 공정거래위원회(354명) 12월 17∼30일 등 옮겨간다.

2013년엔 문화체육관광부(644명), 지식경제부(736명), 보건복지부(729명), 고용노동부(506명), 국가보훈처(310명), 교육과학기술부(776명) 등 6개 중앙행정기관과 교원소청심사위(24명), 경제자유구역기획단(15명), 지역특화발전특구기획단(24명), 최저임금위(18명), 중앙노동위(91명),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24명), 보훈심사위(46명), 해외문화홍보원(58명), 무역위(48명), 전기위(32명), 연구개발특구기획단(12명), 광업등록사무소(33명) 등 12개 소속기관이 이전한다.

2014년엔 법제처(165명), 국민권익위(466명), 국세청(762명), 소방방재청(344명) 등 4개 중앙행정기관과 한국정책방송원(112명), 우정사업본부(348명) 등 2개 소속기관이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총리실 청사는 지난 4월 준공됐고, 올해 이전하는 나머지 기관의 청사는 11월 완공된다.

2013년 이전하는 18개 정부기관의 청사는 1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 2014년 이전하는 6개 정부 기관의 청사는 지난 8월 착공에 들어갔다.

이밖에 16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역시 자체적으로 청사를 건립하거나 공동으로 청사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2014년까지 이전을 완료한다.

    ◇세종시 시대 개막 의미

세종시는 국내에 첫 도입되는 정부직할 광역자치단체로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이다.

국토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행정수도로 안착하게 되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의 효과를 국토 전반에 파급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36개의 정부기관이 이전하게 되면 중앙정부의 지방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 대한민국 행정 권력의 ‘대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처간 영상회의를 확대하고, 언제 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한 스마트스쿨을 신설키로 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행정과 도시모델을 도입한다는 점도 세종시 시대가 갖는 의미로 꼽힌다.


◇이전부처 공무원 ‘새 풍속도’

정부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이전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생활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말까지 이전하게 된 부처 공무원 4139명이 눈앞에 닥친 이주를 준비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총리실에 따르면 2014년까지 이주하는 공무원 1만여명 가운데 세종시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7000여명이다.

2012∼2013년 입주물량이 많다 보니 올해 이주하는 공무원들은 이전시기와 입주시기가 일치하지 않아 단기 주거 대책을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인근 대전, 조치원, 오송 등의 원룸과 오피스텔을 찾는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대신 혼자 내려가는 ‘기러기 아빠’ 또는 ‘기러기 엄마’ 신세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독신으로 이주하는 공무원들을 위해 연금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측 임대주택 368세대(1000여실)를 2년간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어색한 동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대 단위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방을 배정 받다 보니 실·국장과 젊은 사무관이 한 세대에 살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모두 이전하려고 해도 교육시설과 식당 등 생활기반시설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주 때 이사비는 지원되지만 이전수당은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지급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이 같은 어려움을 감안, 공무원들이 세종시내 주택을 구입시 취득세를 감면하고 연금공단의 연금대출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리는 세제금융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종시 내의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19일부터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제공하는 등 도시기반시설을 갖춰나간다는 방침이다.

공무원들은 “고급인력을 유치하려면 민간기업 수준의 지원은 필요하다”며 “서울과 같은 여건은 안 되겠지만 이른 시일 내에 살 만한 환경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행정비효율 극복 최대과제

세종시 시대에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는 행정비효율이다.

총리실을 비롯해 36개 정부기관이 세종시로 내려가지만 청와대와 국회, 외교통상·통일·법무·국방·행정안전부 등은 수도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회의나 업무 조정을 위해 수도권에 있는 부처의 장관과 세종시에 있는 총리나 부처의 장관이 수시로 오가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무회의가 가장 큰 문제다. 국무회의는 총리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모여 국가의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로 매주 화요일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다.

회의준비를 담당하는 행안부는 11월까지 영상회의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2015년까지 국무회의용, 정부공용회의용, 개별부처별 영상회의실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회의진행방식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원격영상회의를 확대해 행정비효율이라는 문제를 최대한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대면회의는 주말과 붙어 있는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국무회의 안건을 논의키 위해 열리는 차관회의는 국무회의 일정에 따라 변경이 불가피하다.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 역시 관계부처 장관들이 세종시로 내려오는 이동거리 등을 고려해 오후로 시간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은 지난 12일 시범적으로 확대간부회의를 영상회의로 열었다.

그러나 영상회의를 확대한다고 해도 대면회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다 부처 간 실무자회의나 민간인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경우에는 영상회의 형태로 개최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행안부는 또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간·장소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글·지영수,정래수/사진·임동빈


이 센터는 주거지 주변이나 출장지에서도 사무실에서와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무공간이다.

또 이동 중에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모바일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출퇴근시간을 조정하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국정감사 등 국회관련 업무를 위해선 세종시에 있는 모든 부처가 서울에 올라오는 사회적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각 부처가 이전 3개월 전까지 자체적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고 행정효율화 수준을 진단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무원 파견근무 역시 난제 중의 하나다.

특히 전체 690명의 공무원 가운데 다른 부서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이 28.4%(196명)에 달하는 총리실의 경우 세종시로 이전하면 파견 근무 지원자가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사교류 사이트를 통해 부부공무원 동반이주를 지원하고, 이전기관 종사자 배우자를 신설학교 교원으로 우선 선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총리나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기관의 장이 외빈을 접견할 때 세종시로 내려오도록 ‘결례’를 범해야 한다는 사실도 풀어야 할 숙제다.

행정기관이 집중돼 있다 보니 자족기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할 경우 ‘반쪽도시’ 전락이 우려된다. 이전 공무원들의 주거대책 마련과 교육·생활기반 시설 확충이 병행되지 않으면 주말엔 모두 서울로 돌아가 도시가 텅 비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유치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등 법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기업치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 기업과 기관 투자유치 지원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세종시 이전 일지

▲ 2002.9.30 =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 행정수도 이전 공약 발표

▲ 2004.1.16 =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 공포

▲ 2004.7.12 =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 제기

▲ 2004.10.21 = 헌법재판소, 특별조치법 헌법소원 위헌결정


▲ 2005.3.18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공포


▲ 2006.1.1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개청

▲ 2006.12.21 =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명칭(세종) 확정


▲ 2007.7.20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기공식


▲ 2008.12.22 = 정부청사 건축공사 착공


▲ 2009.3.30 = 첫마을 건축공사 착공

▲ 2009.11.4 = 정운찬 총리, 세종시 수정안 대국민담화


▲ 2010.1.11 = 세종시 발전방안(수정안) 마련

▲ 2010.6.29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전부개정안 국회 부결

▲ 2010.12.27 =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 공포


▲ 2011.12.26 = 첫마을 1단계 입주


▲ 2012.7.1 =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 2012.9.14∼16 = 총리실 이전 시작

▲ 2012.12.31까지 총리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이전 예정

▲ 2013.12.31까지 =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이전 예정

▲ 2014.12.31까지 =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국세청, 소방방재청 이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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