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리서로 본 청주 방언
향토음식 발굴·재현·시식
‘반찬등속’ 연구 보고회

 




 

 

100년 전 청주 사람은 어떤 방언을 썼을까.

청주지역의 음식문화를 한글로 기록한 음식조리서인 ‘반찬등속’에서 과거 청주 방언을 엿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충북대 생활과학연구소는 17일 청주시에서 ‘반찬등속 연구와 청주의 향토음식 발굴 재현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세명대 박경래(한국어문학과) 교수는 ‘반찬등속의 문화적 가치와 청주방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의 발제 자료를 보면 반찬등속에는 ‘~마콤(~만큼)’, ‘소두방(솥뚜껑)’, ‘양님(양념)’, ‘시처셔(씻어서)’, ‘갓데기(깍두기)’ 등 방언이 쓰였다.

고모음화, 준말, 구개음화, 불규칙 용언, 연구개음화 등 지역 나름의 음운현상이 반영된 말도 많았다.

‘느라(넣어라)’, ‘쓰러 늣코(썰어 넣고)’, ‘읍는(없는)’, ‘즈근(작은)’, ‘존지라(좋은지라)’, ‘엿지름(엿기름)’, ‘짐(김)’, ‘취기여(축이어)’, ‘말넌(마른)’, ‘숙가락(숟가락)’ 등이 그 예다.

‘江丁(강정)’, ‘高登魚(고등어)’, ‘胡朴(호박)’, ‘水朴(수박)’ 등 순 우리말 음식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특이한 점도 관찰됐다.

 

박 교수는 “한글맞춤법이 정비되기 전에 간행돼 표기법상 혼란을 보이고 있으나 청주지역 방언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책”이라고 말했다.

 

1913년 상신마을(지금의 강서2동)의 한 집안에서 작성된 반찬등속은 작자 미상의 필사본 한글 조리서다.

2007년 국립민속박물관이 수집한 이 책은 전체 32장이며 김치류, 짠지류, 과자류, 떡류, 음료류 등 총 46가지 음식재료와 조리법에 관한 내용이 당시 청주 방언으로 적혀 있다.

박 교수는 “이 책은 한글 맞춤법이 정비되기 이전에 간행돼 표기법상 혼란을 보이고 있으나 이 책에 사용된 어휘나 음운 현상이 전형적인 청주방언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청주시 상신동에서 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는 반찬등속에 소개된 음식을 지역 향토 음식으로 개발하기 위해 충북대 생활과학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중간보고회에서는 반찬등속 재현 음식 시식회도 열렸다.<김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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