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희 강동대 교수
가을이다. 아! 가을이다. 가을하면 왠지 어떤 결실이 맺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결실은 마무리라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그리고 인생(人生)과도 결부된다. 아!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마무리를 하며 정리해야 하는가 하는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느낌은 느낌일 뿐 미리 준비하는 것 뿐이지 실제적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편히 쉬어야 하는 겨울이 있다. 그렇다고 마냥 먹고 놀며 쉬는 겨울은 아니다. 이제는 겨울이 예전의 겨울과 달리 쉬고 노는 것이 아닌 새로운 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가. 올 해 보다 더 나은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새로운 시작은 얼마만큼의 준비를 충실히 하였는가에 따라 새롭게 결정되어진다. 어쨌거나 가을이다 보니, 어떤 결실과 사전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은 듣다. 뭐랄까? 왠지 숭고해지고 고민이 늘고 숙연(肅然)해 지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 그래서 가을과 인생은 무슨 관계인가 생각해 보며, 이 가을을 의미 있게 되짚어 보고 고민해 보자. 역으로 가을이란 매우 화려하고 온갖 멋을 다 부리는 계절이다. 가을 단경과 경치는 인생 최고의 멋쟁이 같지 않은가? 모는 사물은 양면성(兩面性)을 가지고 있다. 가을도 그러한 듯 하다. 결실과 마무리의 의미도 있지만, 화려함과 황금기의 의미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가을이 주는 감성과 느낌을 순수하게 이야기 해 보고 생각해 보자.

가을이란 무엇인가? 한 해 네 철 가운데 셋째 철로 여름과 겨울 사이이고, 달로는 9~11월이며 절기(節氣)로는 입추부터 입동 전까지를 말한다. 비슷한 말로 금추(金秋)라고도 하며 단풍이 물들고 10월이 되면 맑고 청명한 날씨가 지속된다. 단풍은 기후의 변화로 식물의 잎 속에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 녹색 잎이 적색, 황색,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며, 낙엽 직전에 발생한다. 그러나 남반구에서의 가을은 반년이 어긋나서 3∼5월이 된다. 한국 가을의 기상현상은 9월은 낮 동안 무더위가 남아 여름을 방불케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시원한 날씨가 계속된다. 태풍이 종종 남부지방을 지나가 큰 피해를 남긴다. 전국적으로는 비가 자주 내려 가을장마철이 되고, 특히, 부산 울산 등 남동부지방에는 강수량을 월별로 볼 때 9월이 일 년 중 가장 많다. 10월이 되면 강수량은 줄고 공기 중 습도가 낮아져 맑고 쾌청한 날씨가 지속되는 이른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된다.

문학적 측면에서 가을을 살펴보면, 농가월령가에서 가을 일로 김매기, 벌초, 김장채소 가꾸기, 베짜기, 면화, 고추따기, 과일장만하기, 타작하기, 기름짜기, 방아찧기 등이 있고, 세시풍속으로 추석과 중구일(음력 9월 9일, 중양일(重陽日), 중양절(重陽節)이라고 하며, 중구(重九)는 구(九)자가 겹쳤다는 의미이고 중양(重陽)은 양(陽)이 겹쳤다는 뜻임)이 있으며, 근친을 가는 풍속(시집간 딸이 친정에 가서 어버이를 뵈는 일)을 든다. 당시 농사일이 계절중심적 이었기 때문에, 목화밭의 풍경을 백설 같다고 하거나, 고추를 널어 말리는 모습이 산호 같다고 비유하였다. 또한, 실제 문학작품에서 가을 묘사에 주로 등장한 것은 국화, 목화, 단풍, 낙엽 등의 식물과 기러기, 귀뚜라미 등의 동물 이미지가 주 였다. 그리고 달, 바람, 비, 하늘과 같은 자연현상이나 추석 같은 세시풍속과 바쁜 농사일 등을 주 소재로 하였다.

가을을 노래한 고전 작품으로는 신라시대의 향가로 가을을 노래한 월명사(月明師)가 지은 10구체 향가인 제망매가(祭亡妹歌), 고려시대의 시가인 동동 등이 있다. 우리 조상 대대로 전해오는 속담으로는 가을과 관련된 말로 가을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 보다 낫다고 가을의 풍성함을 의미한 말과 가을에는 손톱발톱이 다 먹는다는 먹거리의 왕성함과 가을철의 입맛을 비유한 말이 있고, 가을 메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 속담이 있다.

이렇듯 가을이란 매우 바쁘고 풍성하며 왕성한 시기임을 의미한다. 인생에서도 최고의 계절인 가을에 비유되는 시기로 반백년 전후의 중·장년기가 있다. 최고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여 매스 미디어를 통하여 베이비 부머(Baby boomer·1955~1963년생)들이 힘든 시기이지만 인생의 황금기에 처한 만큼 용기와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반드시 인생의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다.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여 생각은 깊게, 마음 씀씀이와 베품은 넓게 한다면 내 인생 최고의 마무리와 더불어 희망한 여생(餘生)을 준비하는 행복한 말년(末年)이 전망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