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생산업체 차려 놓고 조직적 유통… 11명 입건
톨루엔·메탄 등 용제 섞어 제조… 구매자 등 수사 확대

 

 

충북지역 한 석유제품 생산회사에서 조직적으로 가짜석유를 제조·유통시키다 경찰에 적발됐다. 기업이 조직적으로 가짜석유를 만들어 판 데다 수사를 피하기 위해 점조직 형태로 운송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가짜 석유 제조·판매 일당 검거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석유제품 생산회사를 차려놓고 가짜석유 20만1620ℓ를 생산, 판매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로 ㅇ사 대표이사 전모(43)씨 등 4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신너, 부동액 등을 제조하는 ㅇ사(영동군 양강면)를 를 지난해 3월 인수하고, 신너 등을 제조하는 것처럼 가장한 뒤 가짜석유를 제조 판매한 혐의다. 지난 6월부터 이달 4일까지 이들이 판매한 가짜석유는 1만1860통(통당 17ℓ)에 달한다.

◇합법 석유제품 생산업체 가장

실제 석유제품 회사를 통해 합법적인 제품생산을 가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가짜석유를 생산한 ㅇ사는 지난 2010년 신너와 부동액을 제조하는 업체로 설립됐다. 지난해 3월 임모(31·구속·재무이사)씨가 인수했으며, 이후 현재까지 제품생산 명목으로 760만 ℓ의 솔벤트를 구입한 것으로 한국석유품질관리원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설립 이후 이 회사는 일부 신너 제품만 생산했을 뿐 부동액은 생산조차 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구입한 솔벤트의 일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가짜 석유로 제조했다”는 피의자 진술로 미뤄 최대 800억원 어치의 가짜석유가 판매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투캔방식’…점조직 판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가짜석유를 섞어 팔지 않고 톨루엔과 메탄올 혼합액 1통과 솔벤트 1통을 세트로 판매하는 이른바 ‘투캔 방식’을 활용해 경찰 수사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가짜석유는 등유나 경유 등에 각종 용제를 섞거나 각 용제들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제조됐다. 제조설비 제한 등으로 소량으로만 제조됐으며, 솔벤트 등의 공급단계에서 수사기관에 쉽게 노출됐다.

유통망은 서로 얼굴을 모르게 점조직 형태로 구성했다. 대포폰으로 서로 연락을 했으며, 속칭 ‘차치기 수법’으로 치밀하게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치기란 사전 연락 후 판매책이 가짜석유 운반차량을 약속장소에 가져다 놓고 사라지면, 유통책이 이 차량을 운행해 가짜석유를 실어 다시 약속장소에 가져다 놓는 수법이다.

◇구매자 등 수사 확대

소매상 등에게는 ℓ당 1450원 정도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 중 밤에는 대리기사로 일하던 이들도 있으며, 이들을 통해 다른 대리기사와 일반인들까지 소문이 나면서 판매된 가짜석유가 일반인에게도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앞으로 이들 판매책과 구매자들에 대한 수사를 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충북청 광역수사대 한동희 팀장은 “가짜석유는 제조를 해야 범죄가 성립되고, 원재료를 가진 것 만으로는 범죄로 볼 수 없어 ‘투캔방식’ 판매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판매책과 실제 구매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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