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자 수필가

왜 사느냐? 물으면, 그냥 웃지요하는 어느 시인(詩人)의 시가 생각난다. 한 마디로 답하기가 어려워 그냥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나에게 꼭 답을 요구 한다면 행복 하고 싶어서라고 말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라고 물었을 때 역시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 질문에 행복하다고 답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에 치룬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는 메달 28개를 따내며 세계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우리는 선수들이 선전할 때마다 한 마음이 되어 응원하며 기뻐했다. 메달을 딸 때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메달을 놓칠 때는 함께 아쉬워했다. 이어진 패럴림픽에서도 우리는 당초 목표인 13위보다 한 단계 높은 12위를 차지했다. 국민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기에 올림픽을 치루는 동안 우리 국민은 행복했다.

며칠 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에 이어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무디스와 피치 등 2개 신용평가사에서 ‘AA-’, S&P에서 ‘A+’를 받으며 3개 국제신용평가사 종합 기준 역대 최고등급을 15년 만에 회복했다.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명실상부한 경제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고 김기덕 감독이 시상식자리에서 아리랑을 부를 때 우리국민은 감격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는 등 문화적인 면에서도 기쁜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인 시선이 쏠릴 만치 좋은 일이 많은데 과연 우리는 행복한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34OECD 회원국 중 행복지수가 24위란다. 경제규모에서는 세계 15위를 달리고 있다는데 그것이 행복과는 직결 되지 않았으니 경제력과 행복은 큰 관련이 없었다. 우리는 주당평균근로시간이 44.6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국가 1위를 기록하면서도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OECD 36개국의 주거, 소득, 고용, 공동체, 교육, 환경, 국정관리, 건강, 생활만족도, 안전, 일과 삶의 균형, 11개 항목을 종합해 점수로 환산한 행복지수에서 호주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각 평가 항목에서 골고루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6위에서 24위로 두 계단 올랐지만 36개 국가 가운데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학력수준, 학업성취도 등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고용, 노동시간, 환경 등에서 낮게 평가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활동인구의 63%만 일자리를 갖고 있으니 일자리창출이 최우선과제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1위라고 한다. 하루에 평균 43명의 귀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안타까운 것은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야 할 청소년들이 매년 이슬처럼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보다는 항상 남보다 앞서 가라는 무한 경쟁만 가르친 우리 어른들의 책임인 것이다. 자살률은 사회의 건강성을 드러내는 지표이니 자살률을 낮추지 않고는 국민의 행복지수도 높을 수 없다.

최근에는 성범죄가 줄을 잇고 학교 폭력 등 폭행과 범죄는 두려움의 대상이니 어디에서도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는 물질적인 것 보다는 정신적으로 가난한 나라가 아닐까.

행복지수가 높다는 부탄, 바투아누, 콜롬비아, 도미니카 같은 나라들은 우리나라보다 선진국도 부자 나라도 아니었다. 부탄이라는 나라는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자리한 인구 70만명의 작은 나라이다. 국민소득 2000달러가 되지 않으며 문명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나라였다.

행복은 물질의 풍요보다는 개인의 정신적인 풍요로움에 있다는 것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행복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서로 사랑하고 나눔을 실천 할 때가 아닐까. 결국 행복은 국가에서 만들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가 마음을 다스려 창출해 내야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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