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 근 취재부 기자

  스마트폰 등에 음란물을 가지고 있다가 적발돼도 처벌됩니다.”

잇단 성폭력 사건으로 전국이 어수선하던 지난 10일 구은수 충북지방경찰청장은 강력범죄 예방책으로 특별방범비상근무를 벌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수원지검이 음란물 단순 소지자를 입건한 사례를 들며, 인터넷상 아동·청소년 음란 영상물 제작·유통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들은 아동 음란물을 제작한 사람은 5년 이상, 배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단순 소지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기소됐다. 충남경찰청은 17일 아동 음란물 유포 혐의로 웹하드 업체 대표와 음란물을 퍼 나른 이모(43)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국민을 경악시킨 아동 성폭행범들이 아동 포르노를 즐겨 본 것으로 드러나며 음란물 단속과 처벌 수위 강화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음란물 유포자 적발도 잇따른다. 비슷한 사례에서 외국에 비해 관대했던 법 집행은 더 이상 없다는 사법당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애꿎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법대로 했는데 왜?’라는 의문이 든다면 상상 속 경찰관과 판검사가 돼 보자. 여기 미성년자로 보이는연기자가 나오는 성인물을 스마트폰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발됐다고 하자. 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했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 사회 분위기로는 처벌대상이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을 보면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30대 유명 AV(성인비디오)배우가 교복을 입고 나오는 영상물을 가지고 있더라도 처벌 받게 된다.

애매한 단순소지 개념에 경찰관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단 적발해놓고 자의적인 해석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처벌을 위한 법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음란물 단순소지까지 처벌해 성범죄를 엄단하겠다는 뜻은 이해하지만, 성범죄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개입돼 자칫 범죄자만 양산되는 꼴이 되지 않을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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