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 특별비상근무 순찰현장 동행 취재해보니…
내근직원까지 총동원 심야 도보 순찰
조세법위반 등 지명수배자 검거 성공
경찰의 방범비상근무를 동행취재하기로 한 19일 밤 10시 40분께.
청주흥덕경찰서 사창지구대에 도착했을 때 곳곳에서 모인 경찰관들은 벌써부터 부산스러운 모습이다. 근무시작 20분 전인데도 배치표를 보며 자신이 맡은 순찰지역을 꼼꼼히 체크한다. 수사형사들이나 지구대 직원과 달리 일부 내근직원들은 오랜만의 순찰업무가 조금은 낯설다.
최근 성폭행․살인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며 충북경찰은 특별방범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매일 전체 근무자의 3분의 1인 1000여명의 경찰관들이 주택밀집지역이나 원룸지역, 성범죄 우려 취약지역 등을 돌며 순찰을 돌고 있다.
생체리듬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보통 오후 7~8시까지 근무하지만, 그대로 퇴근하는 경우는 드물다. 새벽까지 방범근무를 서도 다음날 아침이면 출근을 해야 한다. 때때로 들리는 경찰관의 과로사 소식이 남일 같지 않다. 한 직원은 "요즘은 퇴근도 못하고 새벽까지 근무를 선다"며 "얼마전 태어난 딸의 얼굴이 아른아른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창지구대에 모인 인원은 흥덕서 6명, 지구대 4명, 방순대 11명, 지방청 3명 등 24명. 6개조로 나눠 2곳씩 맡았다.
기자가 동행한 1-B조에는 김성수(경위) 청주흥덕서 생활안전계장과 충북청 홍보담당관실 김준희 경사, 129방범순찰대 의경인 이성수 수경․허선범 일경이 함께 했다.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창수공원을 거점으로 1-A조와 목검문과 순찰을 번갈아 했다.
김 경사는 "어두운 골목길에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도보순찰을 시작했다. 창수공원에서 시작해 아이스링크장~창신초~롯데캐슬아파트~사창시장~사창동주민자치센터를 도는 코스다.
가로등이 곳곳을 밝히고 있었지만, 원룸 사이의 골목은 어두운 곳도 많았다. 손전등으로 골목 사각지대를 꼼꼼히 살폈다. 쓰러진 자전거가 보이자 허 일경이 다가가 세우는 등 주변정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민 대부분은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했지만, 보여주기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있었다.
장수진(여․24․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씨는 "어두컴컴한 곳 근처에 제복 입은 경찰관이 서 있을 때 든든한 느낌이 든다"고 한 반면, 김관영(26․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사건이 계속되자 순찰을 강화하는 건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1시간 20분 정도의 도보순찰에 이어 창수공원 앞에서 차량 검문을 펼쳤다. 80여대 남짓 검문을 했을까. 20일 새벽 1시 15분께 흰색 NF소나타 승용차 옆에 선 김 계장의 표정이 변했다. "청주흥덕서 경찰관입니다. 수배여부 확인 중입니다.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주춤거리던 운전자는 마지못해 신분증을 건넸다. 휴대용 단말기로 신원을 조회한 결과 조세범처벌법 등 3건의 법규위반 혐의로 서울 강동서에서 기소중지 A수배(체포영장) 중인 허모(53)씨로 드러났다. 허씨는 지구대 조사 후 흥덕서 유치장으로 넘겨졌다.
어느덧 순찰이 끝나는 새벽 2시다. 피곤한 기자는 이미 주변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지만, 순찰조원들은 목검문과 순찰을 이어갔다.
"지명수배자를 잡아 더욱 뿌듯한 날"이라는 김 계장은 "매일 근무서기가 쉽진 않지만 지역치안을 지킨다는 자부심 하나로 생활한다"며 조원들에게 다가갔다.
<이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