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양형은 법 앞엔 평등 명제로 각인되길"

 

 

 

양승태 대법원장은 23일 "성폭력 범죄자 양형 감각이 낮게 형성된 이유는 우리 법이 성폭행을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친고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 1주년(9월27일)에 즈음해 이날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 법원이 성폭력 범죄에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양 대법원장은 "성폭행을 친고죄로 규정한 것은 이 죄가 부녀자 개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성폭행은 개인의 법익이 아니라 전 사회를 어지럽히는 무서운 범죄로 봐야 하므로 친고죄로 유지해야 할 사회적 근거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 총수 등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등 양형이 강화된 것에 대해 양 대법원장은 "경제범죄에 관한 일반인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조금 달라져가고 있는 것이 반영된 것 같다"면서도 "재벌이기 때문에 엄벌하거나 재벌이라서 엄벌을 피해갈 수는 없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명제가 각인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법관 인선에서 여성이 배제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성 법관들의 숫자가 많지만 아직 경력이 오래되지 않았다"면서 "취임 후 첫 제청 때 박보영 대법관을 지명했듯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갈등을 두고는 역할이 다르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헌법 5장은 법원에 사법권(법률해석권)을 부여하고 있고 6장은 헌재에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헌법이 최고기관에 대해 명확히 권한을 분배해 놓고 있어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 확보가 현재 사법부의 당면 과제라고 밝힌 양 대법원장은 "경륜이 깊고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재판을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평생법관제나 법조일원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임 후 정치권에 영입된 데 대한 비판과 관련, 양 대법원장은 "개인의 일이고 특정해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면서도 "대법관은 퇴직한 후에도 국민이 주시하는 만큼 처신을 신중히 하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판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치적 소신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고 하자 그는 "판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법관의 직무에 비춰 편견을 가지거나 공정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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