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전국시낭송경연대회 대상 권 영 희 씨

 

시낭송 대회를 준비하는 내내 온전히 제 자신만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기쁘고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또 이번 대도 시인으로, 사상가로,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조명희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시낭송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를, 시낭송을 더욱 귀하게 생각하겠습니다.”

10회 전국시낭송경연대회에서 조명희 시 누구를 찾아’, 정일근 시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로 대상을 거머쥔 권영희(46·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우성2차아파트·010-8476-4128).

그가 시낭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마련된 청주 무지개도서관에서 함께 낭독 봉사를 하던 동료가 하는 시낭송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터다. 그때 시낭송의 매력을 알게 됐고 이후 틈나는 대로 시를 읽고 낭송을 했다.

국문학과를 졸업해 시에 대한 이해가 있었고, 낭독봉사로 소리 내 읽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 시낭송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문학의 집 시낭송 대회, 영랑시낭송대회와 충청북도 시낭송경연대회에서도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이 대회에도 출전해 예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권씨에게 시낭송은 가정이라는 동굴과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에서 국어강사로 일한지 10, 44개월 된 딸이 후천성 지적장애를 얻게 되면서 모든 사회활동을 접고 아이 돌보는 일에만 집중했다. ‘권영희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지워졌고 꼬박 10년을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살았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산 세월도 그에게 귀한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찾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후 낭독봉사를 시작하게 됐고 마침내 자신이 가장 즐거이 할 수 있는 시낭송을 만났다.

시낭송은 집에만 갇혀 지냈던 저를 세상과 소통하게 해줬습니다. 딸의 장애가 늘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는데 시낭송을 할 땐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제 생활도 활기 있게 변했고요.”

시는 그의 삶과 늘 함께 했다. 삶에 있어서 시는 시련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됐고 비로소 마음의 동굴을 빠져 나올 수 있는 용기가 됐다.

이 대회를 통해서 시낭송가라는 이름을 얻었으니 제가 시를 통해 위안을 받았던 것처럼 제 시낭송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더 열심히 시를 사랑하고 더 멋진 낭송으로 전국시낭송경연대회대상이라는 이름이 빛나게 하겠습니다.”

권씨는 1967년 청원군 미원면 출생으로 일신여고와 충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가족으로는 회사원인 남편 지이규(46)씨와 11.

</김재옥·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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