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한선 정하고 중개업소ㆍ입주자에 압박ㆍ회유

 

 

 

 

 

 

 

아파트 부녀회가 집값 담합을 조직적으로 조장하는 일이 6년 만에 반복되고 있다.

특히 집값이 많이 내린 수도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의 A 아파트에는 최근 이 아파트 부녀회 이름으로 `33평 주택을 3억원 이하에 내놓지 말자는 게시물이 붙었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33평(105㎡) 기준으로 3억1000만원이다. 지난해 10월 3억5000만원이던 게 1년 만에 11.4% 하락했다.

부녀회는 그러면서 급전이 필요하면 연 2.5%의 저금리로 빌려주겠다고 했다고 이 아파트 입주자들은 전했다.

입주자 박모(34)씨는 "정 힘들면 부녀회에서 생활자금을 빌려줄테니 아파트를 싼값에 내놓지 말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B 아파트 부녀회는 최근 열린 반상회에서 40평(132㎡) 기준으로 6억원 밑으로 내놓지 말자는 주장을 폈다.

올해 초 7억원을 호가하던 게 최근 5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많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부녀회의 이런 조직적인 담합행위를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담합 행위의 주체를 사업체나 사업자 단체로만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녀회의 급전 대출은 엄밀히 보면 대부업이나 사금융에 해당할 수 있다고 금융감독원은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 대부업 신고를 해야 한다"며 "대부행위로 볼 것인지, 단순 금전대차 계약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녀회의 집값 담합은 6년 전에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당시엔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자 부녀회가 주변 단지와 비교해 `얼마 이하에는 팔지 말자며 선동했다.

단지 게시판, 엘리베이터, 인터넷 카페 등에 급매를 자제하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급매물을 내놓은 입주자를 직접 만나 매물을 거둬들이도록 종용했다.

용인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2006년에는 집값이 뛸 때이고, 지금은 집값이 추락하는 것을 제외하면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6년 말 9억원에 거래되던 용인시의 164㎡짜리 L아파트는 최근엔 5억원으로 내렸다. 경기도 고양시 130㎡짜리 J아파트도 이 기간 7억원에서 4억원으로 내렸다.

매맷값이 반 토막 나는 등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렸다는 점이 알려지지 않도록 부녀회가 인근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공공연히 압박하는 일도 재현됐다.

 

단지 주변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는 등 집값의 `악재가 터지면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단속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경기도 성남시의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매물 가격을 붙여놨다간 부녀회의 항의에 장사를 접어야 할 지경"이라며 "부녀회가 가격까지 정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녀회의 집값 담합이 자산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매매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녀회의 등쌀에 못 이겨 멀리 떨어진 중개업소에 급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적잖다고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말했다.

그는 "생존의 기반이 위협받는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인위적인 시장가격 왜곡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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