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수 길 논설위원·소설가17대 대통령의 임기를 불과 몇 달 남겨놓은 지금, ‘747 이명박 경제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는 유권자가 몇이나 될까? 아니,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매년 7% 경제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 진입’, 이 거창한 점보급 경제호가 비상은커녕, 활주로 진입도 못한 채, 격납고에서 고철로 해체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추진동력이 될 엔진이 장착되지 않은 형체만의 점보기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세부각론(各論)이 빠진 총론(總論)뿐인 성장계획이었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도모할 때, 대의명분이나 목적, 목표를 담는 총론의 수립/합의는 용이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실행의 기저가 되고 성공의 열쇠가 되는 각론에 이르면 다양한 난관과 장애가 노출되고 이론(異論)과 반론(反論)이 속출한다. 총론이 아무리 번드레해도 실행가능성을 담은 각론이 없거나 합리적이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 있다.

18대 대선에 3인의 주자(走者)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710, 새누리당 내부 경선절차를 거쳐 18대 대선출정식을 마친 박근혜 후보, 916, 민주당 경선에서 13연승을 거두고 대선후보를 수락한 문재인 후보, 1년여 간 측근들(?)의 입을 통해 안개만 피우다가 919일 마침내 국민의 열망을 실천해 내려한다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가 그들이다.

그러나 정확한 주자의 수는 아직 안개 속이다. 모습을 드러낸 3인의 후보 외에 누가 더 출마선언을 하고 나설지, 일단 나선 후보들이 모두 결승선까지 완주를 할지, 혹은 표 결집을 위한 연대로 중도하차를 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두구릅은 이미 이들 3인의 후보들로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에는 변수가 다양하니 도중에 의외의 후보가 선두를 치고 나가지 말란 법이야 없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때문에 유권자들의 관심은 이들 3후보의 일거수일투족, 일사일언, 대국민공약에 쏠려있다.

그들의 행적과 언어, 그들이 내 놓은 공약에서 국가관과 국정운영 능력을 가늠해 보고, 향후의 안녕을 보장받고 싶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보장 받고 싶은 향후의 안녕, 그 중의 으뜸은 생활안정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경제다. 따라서 3인의 선두구릅 후보들이 내 놓은 공약 중에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도 경제다. 먹고 살기 팍팍한 생활에 윤기를 불어넣어 달라는 표심의 방향을 읽기는 읽었으되, 거기 맞는 해법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박근혜 후보는 경제 민주화를 앞에 놓고 일자리 만들기복지를 내세웠다.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창출을 우선하고 복지경제민주화를 후속으로 꼽았다. 안철수 후보는 성장동력과 결합하는 경제혁신을 통해 경제민주화복지를 달성한다고 했다.

3후보의 답안을 종합해 보면 3가지로 묶어진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복지다. 33색의 답안이 아니라 31색의 답안으로 순서만 바꾼 모두가 정답이고 모두가 총론인 셈이다. 그 전에, 혹은 출마 목전에 내놓은 저서나 설파한 연설들 속에도 총론구현을 위한 각론은 없다. 세계 경제를 읽고 동남아 경제와 한국경제의 전망을 통해 넘어야할 산, 건너야할 강은 무엇이며, 그 장애와 난관 극복에 대한 해법, 복지와 일자리 확충과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3후보의 경제공약 총론만을 놓고는 유권자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거기가 거기이고 그 밥에 그 나물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고민은 3인이 각기 다른 실현방안내놓았을 때 필요하고, 그 후에 선택할 것은 실현가능성실현 의지에 대한 신뢰다. ‘일단 믿고 찍어라. 방법은 차후다.’ 그렇다면 이건 엔진이 없는 비행기에 무조건 탑승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설령 오늘 당장, 공약실천의 구체안을 내놓는다 해도 준비 된 대통령이라는 신뢰와는 거리가 있다. 유권자들이 그걸 이해하고 비교 검증할 시간도 너무 촉박하다.

총론과 각론 사이의 간격은 넓다. 그 넓은 공간을 채워야할 것이 바로 실천 가능한 방법이다. 방법이 빠진 공약은 엔진 없는 ‘747 경제여객기와 다를 바 없다. 실현 가능성 보다 폐기 가능성이 많은 공약이라면, 그건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고 속임수다. 인물 검증도 공약 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바람 따라, 소위 대세에 휘말려 표심이 오락가락하는 선거는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쟁점(爭點)이 빗나간 선거, 루머가 판치는 진창선거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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