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현기증 나는 빌딩 계단에서

갑돌이만한 승리와

갑순이만한 은혜가


이긴 사람 올라가기

가위 바위 보

승리도 은혜도

수직 상승을 꿈꾼다


어릴적 고향집 뜨락에선

가위도 좋고 바위도 좋아

허기 진 그림자나 채우며 놀았는데


토담집 무너진지 오래

골목길 지워진지도 오래

인 오늘,


누가 우리에게

가위처럼 살라 할까

바위를 내라 할까


늦도록 가위 바위 보

네온이 저 혼자 켜지고 있다


△시집 ‘남은 눈물을 위하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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