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시합격 후 형식적인 교과이수 인정평가
편법 운영 개선 합리적인 졸업제도 운영해야

 


과학고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운영하는 조기졸업제도가 편법적으로 이용되면서 졸업생의 80% 정도가 2학년 때 졸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졸업을 위해서는 3학년 교과과정의 이수인정평가를 통과해야 하지만 대부분 과학고에서 학생들의 대입수시전형 준비에 지장이 없도록 수시 합격이 결정된 이후인 11~12월 초에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원(새누리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과학고·영재학교 조기졸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전국 17개 과학고 졸업생 6258명 중 2학년 조기졸업자가 무려 5054명(80.8%)에 달했다.

대전과학고는 올해 조기졸업생이 77명, 3학년 졸업생이 8명 등 전체의 91%가 조기졸업생으로 전국 17개 과학고 가운데 강원과학고(95% 조기졸업)에 이어 2번째로 비율이 높았다.

대전과학고는 지난 2008년 65명 중 58명(89%)이, 2009년 74명 중 62명(84%), 2010년 73명 중 63명(86%), 2011년 72명 중 63명(88%) 등 해마다 조기졸업 비율이 높았다.

충북과학고는 지난 2008·2009년 81%, 2010·2011년 77%, 올해 76%였고, 충남과학고는 2008년 66%, 2009년 69%, 2010년 76%, 2011년 89%, 올해 71%로 조사됐다.

조기졸업생들은 3학년 과정에 편성된 전문교과과정을 듣지 않은 채 대학에 진학한다.

과학고는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운영되는 특수목적고로 교육과정도 일반고와 달리 1~2학년에는 국민공통기본교과 등을 이수하고 3학년 과정에는 과학고만의 심화학습 단계인 수학·과학계열의 전문교과를 편성·운영하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27조 및 시행령 등의 규정에 따라 재능이 우수한 학생에 대해 수업연한을 단축시켜 조기졸업을 위한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04년까지는 과학고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진학하는 경우에만 조기졸업을 할 수 있던 것이 이후 타 대학에도 졸업예정자의 자격으로 수시전형에 응시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기졸업 비율이 급증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2003년에는 조기졸업생 비율이 48%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조기졸업생들이 대학 입시 때문에 조기이수인정평가를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에서는 대학에 이미 입학허가를 받은 조기졸업 대상자를 이수인정평가에서 탈락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대학합격자들이 평가를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운영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  감사원 감사에서 과학고 조기졸업 이수인정평가 운영 부적정 사례가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과학고와 영재학교는 재능이 우수한 창의적 과학인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한다는 취지에 맞춰 조기졸업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교과부는 조기졸업제도 등 과학고 운영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편법적으로 운영되는 일이 없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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