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 한국교통대 교수

 지난 23일 모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20~28세 청년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의 금융기관 총 대출액이 8조8479억원이며 이중 약 80%인 6조9706억원의 대출금이 미상환 되었고 2만여명의 청년들이 3개월 이상 연체되어 채무불이행자가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채무불이행자 중 78%에 해당하는 1만 5290명이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에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청년 1인당 업권별 채무불이행 평균 금액이 카드사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이는 청년들의 씀씀이 규모가 커졌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발급이 쉬운 카드를 이용하여 대출받은데 따른 결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에 나서기 전부터 빚을 지게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일 뿐 아니라 ‘빚 권하는 사회’가 거의 막장에 다다랐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빚을 권한 것은 꽤나 오래된 일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찾아온 부동산 급등에 재테크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향후 부동산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빚을 지고 집을 구매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주장을 해왔다. 부동산이 상승하면 이를 어떻게 하면 안정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고 당신도 부동산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너도나도 빚을 지고 부동산을 구입한 결과는 하우스 푸어의 양산이었다.

몇 해 전부터 전세값이 상승하기 시작했더니 이를 안정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였고 이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 조차 빚을 지우는 상황을 초래하였다.

몇 년간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나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등록금 인하는 없고 학자금 대출이 보편화되었다. 도대체 우리 사회는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할 주거와 교육을 시장논리에만 맡긴 채 그 해결 방법은 늘 개인의 빚이었다. 결국 이대로라면 20대에 학자금 대출로 부채 대열에 들어서서 30대 후반을 넘기면 주택자금 대출 부채 대열에 들어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구조가 되어버릴 것이다. 교육현장에 있는 필자 역시 학생들을 상담해 보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학기 중에 그리고 방학 중에 아주 낮은 임금의 아르바이트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항상 빚에 억눌려 있는 학생들이 과연 학업에 얼마나 전적으로 집중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반값 등록금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에 대한 실현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의 논의가 반값 등록금의 본질과는 벗어난 청년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청년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과거 대학의 무분별한 난립, 71%라는 OECD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 대학 졸업장 없이는 반듯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사회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질의 대학 교육이 불가한 대학에 대한 과감한 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교육이 취업률과 같은 단순한 정량적 성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양질의 창조적 선도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마이스터 고등학교로 대표되는 전문계 고등학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및 실질적인 취업 연계로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과 대학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하지 않고서는 반값 등록금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양산할 뿐이다.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높은 교육 불평등 구조를 학생들에게 대출을 권하는 형태로 넘겨서는 안된다. 국가의 고등교육 정책은 경쟁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하고 싶어하고 또 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 평등권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현명한 해법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청년들을 채무자의 대열에 밀어 넣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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