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문제로 논란을 겪은 ‘0~2세 유아 전면 무상보육’ 정책이 내년 3월부터 폐기된다. 재정 부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등의 반발이나 무차별적 시설 양육 조장이라는 부작용이 이미 불거져 나온 터라 예고된 조치였다고는 하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후유증은 바로 논란과 혼란이다. 영유아 전면 무상 보육 정책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국회 주도로 추진됐던 점을 감안하면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것은 뻔하다. 1년도 채 안 돼 영유아 보육 지원 정책이 바뀌게 됨에 따라 그동안 지원을 받던 수혜 대상자들은 혼란스럽다. 형평성을 둘러싸고 맞벌이 부부 또는 전업주부 가구 등의 불만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반발이 더해지면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논란과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 재정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였던 정치권이나 이를 추진한 정책 담당 부서에 있다. 예상되는 후유증의 해소 역시 온전히 정치권과 정부의 몫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내년 3월부터 ‘0~2세 전면 무상 보육 정책’을 폐기하고 소득 하위 70%까지 보육 시설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월 10만~20만원의 양육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보육시설을 이용할때 주던 보육비의 경우엔 소득 상위 30%에는 보육료 일부를 부담토록 하고 보육비 수준은 시설 이용 시간을 구분해 차등 지원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0~2세 영유아가 시설을 이용하면 정부가 보육료를 주고 차상위계층(소득하위 약 15%) 가운데 시설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 가구에만 양육수당을 지급했다. 그러나 정책 시행 7개월만에 시설에 보내지 않던 부모까지 아이를 시설에 보내 어린이집 등이 부족하게 되고 지자체 들은 재원 부족을 들어 정책 포기를 잇따라 선언하면서 대혼란이 빚어졌다.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100% 무상 보육정책을 펴려면 예산이 7185억여원이 더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한다.

불필요한 복지 수요 창출과 재정부담 악화라는 결과만 얻은 셈이라 정부의 이번 개편안 취지의 불가피성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소득과 실제 수요를 고려, 양육보조금 지원 대상은 늘리고 보육비는 차등 지원키로한 개편안의 앞날은 험난할 것 같다. 정치권이 연말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며 그 과정에서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 재연될 것이다. 또 일부 보육비를 부담하거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맞벌이 부부를 포함한 소득 상위 30% 계층이나 시설 이용시간 구분에 따라 보육비 지원이 줄어들 전업 주부 가구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깊숙한 불만은 순식간에 바뀌게 되는 지원 체계에 대한 혼란일 것이다.

정부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실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보육정책이 시행됐음을 인정했다. 보육·양육 정책의 틀을 잡기위해 진통을 겪는 과정이라는 말로 이해를 당부했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빚어질 논란과 혼란을 해소해나가는 것이 진통을 경감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우선 가구 소득별, 양육 방식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지원 대상의 기준을 정밀하게 정하고 보육 사각지대에 대한 세심한 대책도 더 필요하다. 물론 당장 시급한 과제는 장기적 보육·양육 정책의 틀을 이번에는 세워가야한다는 정치권, 정부의 `합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치권이나 정부 모두 7개월만에 폐기될 운명에 처한 정책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